예상치 못한 순간 온 기회
2010년 미국은 금융 위기로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했다. 나 역시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가져온 퇴직금과 빌린 돈을 이 시기에 고스란히 날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한 위기에 교직도 예외는 아니어서 교사들의 봉급이 삭감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핑크슬립이라고 불리는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사실 이 해고 통지서를 받은 이들은 대부분 경력이 짧은 교사들이었다. 해고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교사들을 해고는 했지만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교사를 쓰면서 비용을 아껴보려는 꼼수였던 것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교사자격증을 막 취득하고 일을 할 학교를 알아볼 당시 내가 지원한 교육청에 해고를 당한 교사가 700명에 달했다. 해당 교육청의 인사담당자는 이 해고된 700명의 재고용이 끝날 때까지는 나에게 차례가 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2023년 현재 COVID 이후 교사부족에 시달리는 미국의 상황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인사담당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류 접수 후 4일째 되던 날 한 학교로부터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해고된 700명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학교 측에서는 해고된 700명 중에 한국어 교사자격증 (BCLAD Korean)을 가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어서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인터뷰를 제안한 학교는 당시 한국어이중언어교육과정을 맡아줄 교사들을 모으는 중이었다. 미국에서 교사자격증 과정을 하면서 초등, 중등, BCLAD, BCLAD Korean 자격증을 함께 취득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자격증 취득과 동시에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 얼떨떨하기도 하고 매우 흥분도 되었다. 나는 인터뷰 날짜를 잡고 부랴부랴 이력서를 제출했다.
당시 아내는 아들 양육에 집중하고자 일을 쉬는 상태였고 건강보험료를 내주는 직장이 없는 우리는 건강보험으로만 한 달에 150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