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업무가 개교준비
인터뷰 다음날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함께 일을 하고 싶으니 방학중에 며칠 출근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교사 자격증을 막 취득하고 채용까지 바로 이어지니 흥분이 되기도 하고 기분이 얼떨떨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담임으로 일을 하게 된 학교는 LA에 위치한 공립학교였다. 이 학교는 공립학교이지만 PILOT School이라 불리는 학교 이기도 했다. PILOT School들은 교원채용과 평가, 예산운영,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자율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공립학교와 다른 점이라고 했다.
이 학교는 Small School Movement, Asian Society, ISSN 등의 단체와 함께 학교 운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에 처음 미팅에 갔을 때 회의 주제는 Guiding Principles를 정하는 것이었다. 몇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아래와 같이 정해 졌다.
Guiding Principles
Vision means seeing what is possible and taking action
Being global citizens means weighing different perspectives.
How you say it is as important as what you say.
When identifying problems, offer strategies and solutions.
Everyone's time is valuable.
Our commitment is to make others around us successful citizens of the world.
Our growth together requires us to grow individually.
Integrity is everything.
비전은 가능한 일들을 찾아내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세계시민으로서 우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합니다.
말의 내용만큼이나 말을 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문제점이 보이면 해결책까지 생각합니다.
모든 이들의 시간은 소중합니다.
우리는 주위의 사람들이 성공적인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공동체의 성장은 개인의 성장을 필요로 합니다.
정직은 모든 것입니다.
이 이상적인 목표들을 마음에 두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인 학교라니! 이러한 이상을 이루며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꿈을 꾸는 것이 이상을 이루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쁜 출발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학교가 생긴다고 해서 주변의 학생들을 무조건 데리고 올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현재 다른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를 홍보하고 관심을 표한 부모의 동의 하에 우리 학교로 전학신청을 하도록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실제 이 학교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올진 개학 당일이 되기 전 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한 학교의 개교를 준비하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다는 것이 매우 생소하기도 했지만 역사적인 장소와 시간에 내가 서 있다는 생각에 2010년 남캘리포니아의 뜨거운 여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만큼 열정적으로 시간을 보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