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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Oct 14. 2023

#2. 경험을 만드는 일이란 (2부)

'누워서 보는 전시'를 실행하다

https://brunch.co.kr/@judekhim/43

지난 이야기 �


모든 기획이 끝난 시점, 코로나가 터지고 만다. 집객 행사를 할 수 없을뿐더러 설치 마스터가 국내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작품 설치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다. 모든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디자인과 견적까지 내어줬던 식스티세컨즈에게 해당 소식을 전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행히도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리고 자넷 에힐만 오프닝 행사도 마무리되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장기화되는 코로나 상황에 결국 작품 설치는 원격을 통해 진행되기에 이르렀고 마침내 작품 설치가 완료되었다. 하나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속된 코로나 상황으로 마케팅 예산은 줄어든 상황이었기에 일전 기획대로 전시를 구성할 순 없었다. 또 설치되고 보니 거대한 작품 스케일과 생각보다 낮은 높이에 '잔디 구역'에서 제대로 작품을 감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일전 기획을 다시 처음부터 세워야 했다.

마침내 설치된 자넷 에힐만의 'Earthtime Korea'

하나 핵심 컨셉이었던 '누워서 보는 전시'는 계속 가져가고 싶었다. 그 이유는 설치된 작품을 '작품'으로 보는 사람들이 매우 적었다는 것. 인스타그램에 작품 설치를 안내했을 때 고객들은 '골프 연습장인줄 알았다' 혹은 '모기장 아니었냐'는 댓글을 달았다. '전시'라는 타이틀은 반드시 가져가야 했다.


식스티세컨즈와의 콜라보가 불가능한 상황(예산 이슈)에서 사람들을 눕도록 만드는 요소를 꼭 찾아야 했다. 침대만큼은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시야를 낮춰줄 수 있는 장치. 처음엔 '요기보 빈백'에 콜라보 제의를 해볼까 했다. 하나 앨리웨이의 특성상, 야외에 빈백을 놓을 경우 관리 이슈가 컸다. 비가 오면 급하게 제품을 집어넣는 등 날씨 이슈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며칠 다른 대안을 검색하다 조건에 맞는 업체를 발견하게 된다. 에어빈백 업체 'Balgo'였다.

Balgo의 에어소파 '나드리 의자'

발고의 주력 상품이었던 '에어소파'의 경우 별도의 장비 없이 몇 번의 동작으로 쉽게 부풀려 앉을 수 있는 빈백이었다. 나일론 소재로 날씨의 영향도 적었다. 금상첨화라고 해야 할까. 'Balgo'는 앨리웨이 광교가 위치했던 영통구에 위치한 기업이었다. 지역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브랜드인 앨리웨이에게 콜라보하기 딱 좋은 업체였다. 바로 업체에 전화해서 현장 미팅을 잡았다. 제품 홍보에 목말라있던 발고 측은 흔쾌히 콜라보를 동의했고, 150개의 에어소파를 지원해 주는 대신 행사 기간 광장 내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예산을 한 푼 안 쓰고 사람들을 눕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는 현재, 아쉽게도 balgo 브랜드는 사라진 상태이다.)

점등식 행사 풍경. 광장부에 인공잔디를 깔고 그 위에 Balgo의자를 배치하였다.

전시가 오픈하는 날에는 '점등식' 행사를 진행했다. 자넷 에힐만의 작품은 조명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점등식이 있는 날엔 앨리웨이에서 입점 매장으로 인연을 맺었던 겟올라잇의 밴드팀이 공연을 해주었다. 다행히 코로나가 잠깐 잠잠해진 틈이라 큰 이슈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걱정하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몇몇은 코로나 기간에 집객행사를 한다고 투덜거렸지만, 몇몇은 오랜만에 이런 야외공연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 뒤로 약 한 달간, 광장부에서 '누워서 볼 수 있는 전시'를 진행했다. 추정치로 약 1만 명 참여, 오프닝 행사 기준 매출 상승 전주대비 16.1% 상승, 객수 및 객단가 평균 5.3% 신장이라는 결과를 뽑아냈다. 물론 생각보다 '에어소파' 제품이 바람이 잘 빠져 계속 설치를 해야 했다거나,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모래주머니를 넣어둬야 했다거나, 전시를 관람한다기보단 야유회를 즐기는 느낌으로 앉아계시는 분들이 종종 있긴 했지만..


아무리 설계를 꼼꼼히 한다 해도, 고객은 그 설계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변수도 발생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의 창의력(?)은 뛰어나서 내가 원하는 대로 놀아주질 않는다. 그렇기에 이 경험을 통해 특정한 감정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때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결코 고객이 될 수 없다. 이미 사고 자체가 다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쉬워야 한다. 누구나 보고 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

자넷 에힐만 작품 전시는 그런 부분에서 꽤나 애를 먹었다. 작품 자체를 인지시키는 것부터,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 것(그것도 코로나 상황 속에서)까지. 매 순간 하나의 컨셉(누워서 보는 전시)을 들고 이를 보다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했던 기억이 난다.


명료한 컨셉와 그걸 유도하는 장치가 만났을 때 자연스러운 경험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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