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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Oct 25. 2023

#3. 인터널 브랜딩은 어려워

앨리웨이 브랜드 가이드를 구축하다.

오픈한 지 2년 된 브랜드의 '가이드' 필요성

19년 문을 열었던 앨리웨이 광교에 이어 21년 인천 도화 지역에 '앨리웨이 인천'이 문을 열게 되었다. 앨리웨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새로운 공간이 문을 열게 되면서 큰 문제가 생겼다. 두 지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이었다.


앨리웨이 광교는 '호수공원'이라는 강력한 요소를 가지고 있어 자연스레 아웃도어 몰로서의 아이덴티티가 정립되었다. 앨리웨이라는 브랜드는 하나였기에, 광교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들은 곧 앨리웨이 브랜드가 가지는 특징과 동일하게 생각되었다. 즉, 앨리웨이는 '골목길'이라는 이름답게 '쉬이 거닐며 다양한 경험을 만나는 아웃도어 몰'로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다.


반면 앨리웨이 인천의 경우 여느 아파트 상가와 유사한 '실내몰'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물론 중앙을 가로지르는 '쑥골공원'이 있어 야외 공간의 느낌도 강하게 띄고 있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그건 내부자들의 의견이었고 실제로는 그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지나지 않았다. 심지어 설상가상, 앨리웨이 광교에 있던 아이코닉한 브랜드들 (Ex_밀도, 아우어, 책발전소 등)이 인천점에 들어갈 수 없게 되면서 이 두 공간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게 맞는가에 대한 혼란만 깊어져 갔다.


조치가 필요했다. 당장 외부와 의사소통하기 전에 내부 인력들의 정신 개조(에 가까운)가 필요할 지경이었다. 내부적인 합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천과 광교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게 분명했고, 결국 어떤 고객은 앨리웨이를 여고생처럼 느끼는 반면 누구는 군인 같다고 얘기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리브랜딩까지는 아니더라도, 도대체 앨리웨이는 뭔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우리다움을 찾기 위한 맨땅의 헤딩

무식한 노가다의 현장. 리뷰를 긁어모으고, 키워드화하여 구분하였다.

가장 먼저 진행한 작업은 '리뷰 끌어 모으기'였다. 다행히 19년부터 약 2년간 운영했던 '앨리웨이 광교'에 대한 구글, 네이버, 인스타 리뷰는 꽤 많은 양이 축적되어 있었다. 이 리뷰들을 끌어모아 고객은 앨리웨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데이터 분석법을 배우거나, 외주를 맡길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상황이었다면 좋으련만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노가다였다. 2,000개가량 쌓여있던 리뷰들을 전부 긁어모아서 키워드 분류 작업을 진행했다. 긍정적인 포인트는 무엇이고 부정적인 부분은 무엇인지 구분하여 정리했다. 도출된 키워드들은 도표화하여 관리하였다.

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립한 앨리웨이의 긍정 포인트. 가이드북에 삽입되었다.



두 번째로 여태 앨리웨이에서 진행했던 모든 이벤트들을 모으고 그룹핑했다. 결국 앨리웨이에서 발생한 일들이 이곳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고 있는 셈이니까. 그룹을 모아보니 총 3가지의 특성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했다는 사실이 도출되었다. 이는 곧 앨리웨이에서 전달하는 '제공 가치'였고, 이를 통해 고객이 얻을 수 있는 '고객 가치'가 파생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가치를 기반으로 앨리웨이를 '지역에 맞는 풍요로운 일상을 제안하여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라고 한 줄 정의하였다.

진행했던 이벤트를 나열하고 그룹핑하는 작업.
진행했던 이벤트를 기반으로 정의한 가치.


세 번째는 초심으로 돌아가기. 앨리웨이 광교가 세상에 나오기 전, 수많은 컨설팅 회사를 통해 브랜딩 작업을 진행했던 전이 있다(내가 입사하기 전의 일이다). 그 작업물들을 다시 한번 분석하는 작업을 거쳤다. 위에 살펴봤던 2년간 진행했던 활동들이 다행스럽게도 초기 기획에서 크게 어그러진 부분은 없었다. 

초기 기획안을 바탕으로 재분석한 앨리웨이의 가치들.


세 가지의 작업을 끝마치고 나니 공통적으로 묶이는 특징이 보였다. 이를 '앨리웨이다움'이라 칭하고 앨리웨이가 세워지게 되었던 목적, 가치, 컨셉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또 리뷰를 통해 정립된 고객이 말하는 앨리웨이의 모습을 정리했다. 이제 이를 보기 쉽게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앨리웨이 브랜드 가이드 북 제작

가이드 북은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작성하였다. 실무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발전하는 것이 가이드 북의 진짜 목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앞서 분석했던 '앨리웨이 다움' 또한 정의를 하는데서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가치를 어떻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 운영 방법'으로 연계되어야 살아있는 가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팀, 디자이너, 마케터와 협업하여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매장 운영 등 전반적인 운영 가이드를 추가적으로 구성하였다.


약 60페이지 정도로 가이드 북이 완성되었다. 이를 전체 조직원에게 배포하고 발표를 진행했다. 왜 이런 작업을 했는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안내사항과 살아있는 가이드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줘야 한다는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 


그럼에도 인터널 브랜딩은 어려워

이후에 이 가이드가 잘 유지되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는 않다. 실제 운영단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규정들을 누군가 계속 업데이트를 해야 하나, 이 과정에 대한 디자인이 되어있지 않았다. 결국 여느 컨설팅 사의 납품 결과물처럼 내부 직원들에게 등한시되는 결과물을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쓰리기도 했다.


브랜딩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터널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만큼 어렵다. 한 팀에서 주도적으로 브랜딩 개념을 쥐고 나아가봤자 내재화 되지 않은 이야기는 쉽게 흩어진다. 그렇다고 전체 조직원이 동일한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은 소규모 조직이 아니고선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혹자는 결국 브랜딩이란 세뇌시키는 과정이라고 얘기 한다. 암기 과목처럼 외워야하는 것이라며 단정짓는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경험설계팀'에서 전체 브랜딩을 관장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다. 적어도 우리 팀은 인천과 광교 두 사이트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발신할 때에 앨리웨이 다움에 대해 생각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어떤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지, 불편해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런 요소들은 결국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무조건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더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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