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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Dec 01. 2023

#4. 뻔한 것도 색다르게

상업시설이라면 흔한 추첨 이벤트. 여기에 '취향'을 곁들인.

1. 겨울만 되면 날씨처럼 떨어지는 매출. 우리답게 해결할 수는 없을까?

앨리웨이 광교는 모든 가게들이 외부와 연결되는 '야외몰'이다. 실내를 통해서 이동을 하려면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계절의 영향을 지독히 받는다. 비가 오면 매출이 뚝- 떨어지는 반면, 나들이 가기 딱 좋은 날씨엔 주차장이 가득 찬다. 한 여름 땡볕이 드는 낮 시간엔 한 사람도 안 보이다 해가 지면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이 흘러들어오곤 한다. 이 말은 무엇이냐 하면, 겨울에는 답도 없다는 거다.

2년간 매출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한 그래프. 매년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2년간 쌓인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이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봄에 점점 탄력을 받는 매출은 5월에 피크를 찍고 여름에 주춤하다 가을에 다시 피크를 찍는다. 그리고 겨울 내내 동면에 빠져든다. 새싹이 나면 매출도 피어난다. 앙상한 가지가 되면 매출도 메마른다. 이는 야외몰 구조의 영향도 있지만, 바람길을 중시하며 만들어낸 '골목' 구조도 한 몫한다. 우리끼리 '골바람'이라 부르는 어마무시한 강풍은 겨울에는 시베리아 저리 가라인 수준이니까.

20년 1월 앨리웨이 광교 광장에 설치된 눈썰매장

그러다 보니 대책이 필요했다. 도대체 겨울에 뭘 해야 사람이 올 것인가? 오픈 첫해에는 광장에 거대한 눈썰매장을 설치했던 적이 있다. 눈에 확 띄는 설치물인 만큼 비용도 많이 들었다. 설치비는 물론 운영비도 만만치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해 겨울 눈 대신 비가 많이 내렸다. 실질적인 운영 기간이 절반에도 못 미쳤고, 매출은 어느 정도 방어를 했지만 설치 비용을 생각하면 심각한 적자였다. 그런 이벤트를 또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2. 직관적이되 차별적으로

몇 날 며칠을 끙끙 골머리 썩이다 '도대체 뭘 하면 겨울에 앨리웨이 오겠냐'는 질문에 타 팀 팀장님이 쉬이 내던진 말. '자동차 주면 갈 듯?'. 이 한 문장에 모든 기획이 멈췄다. 맞는 말이었다. 차를 준다는데 안 올 사람이 있겠는가? 그 말의 요지는 직관적으로 구미가 당길만한 무언가 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당시 출간되어 읽고 있던 책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에서 저자 전우성 브랜딩 디렉터는 29cm의 미니쿠퍼 이벤트를 자세히 설명해 두었다. 뻔한 이벤트를 그 브랜드만의 특색을 입히는 방식에 감명받았던 나는 이번이야 말로 이런 이벤트를 만드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벤트에 앨리웨이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고민을 거듭했다.


앨리웨이는 '지역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여 풍요로운 삶을 완성'시켜주는 상업시설이다. 앞의 말을 살펴보면 라이프스타일로 대변되는 삶의 취향을 제안해서 한 단계 더 나은 삶을 제공한다는 말로도 해석이 된다. 결국 앨리웨이에서 중요한 건 '취향'이었고, 이 취향을 제안해 주는 행위야 말로 앨리웨이 다운 경험이라 정의 내렸다. 이 관점에서 다시 겨울 이벤트를 생각해 보았다.

앨리웨이는 취향을 제안해 주는 공간

앨리웨이는 아웃도어 몰로, 겨울에는 방문하기 꺼려지는 공간 = 겨울 매출 하락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만큼이나 강력한 후킹 요소 필요

➡️ 앨리웨이에서 소비를 하면 '무언가'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3. 전시형태가 결합된 응모 이벤트

그 결과 '나를 행복하게 하는 물건 전'이라는 타이틀의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 당시 2030 사이에서 인기 있는 선물 리스트를 취합하여 총 10개의 상품을 선정한 뒤 각 제품마다 스토리를 부여했다. 마음에 드는 제품에 응모를 하면 추첨을 통해 해당 제품을 증정하는 단순한 이벤트였다.

여기에 응모권을 앨리웨이에서 사용한 1만 원 이상의 영수증으로 설정했다. 목적은 '겨울철 매출 방어' 였기 때문인데, 기간 내 사용한 영수증은 무제한으로 응모가 가능했다. 앨리웨이에 자주 오는 만큼, 당첨 확률도 높아지는 셈이다.

당시 인기 있던 아이템들을 고르고 전시품처럼 전시해뒀다. 아이템을 설명하는 문구를 작성하여 걸어두기도 했다.

마침 광장에 설치되었던 돔 형태의 구조물 안에 10개의 경품 실물을 작품처럼 전시하였다. 아크릴 박스를 씌우고 제품이 갖는 의미를 작성하여 부착해 두었다. 여기에 응모함을 반투명 아크릴로 제작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응모를 보인 상품을 알 수 있도록 장치했다. 전략적으로 응모율이 적은 곳에 응모하여 당첨 확률을 늘리도록 하는 게임 요소를 적용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다.

홍보를 위해 제작한 티징 영상.


4. 라이브 당첨자 발표와 상품 증정

약 3주간 응모를 진행했고 13,960개의 영수증이 모였다. 매출과 영수건수 비율은 모두 전년대비 약 20%가량 상승했고, 이벤트 진행 전 주 대비 40%가 상승했다. 그러나 워낙 겨울 매출이 저조했던 터라, 상승된 매출액도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타 업체를 태그 하며 공정한 추첨의 교보재(?)로 쓰이기도 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기획부터 실행까지 스토리텔링이 썩 맘에 들었던 이벤트기에 마무리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모든 응모 이벤트에서 아쉬웠던 점은 추첨의 투명성이었기에,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서 당첨자를 실시간으로 추첨했다. 영수증을 쏟아 붙고, 앨리웨이 매장의 매니저들을 초청해서 추첨하도록 했다. 이후 공식 인스타 게시물로 박제시켜 뒀고, 공정한 추첨에 대한 댓글들이 달렸다.

당첨자 추첨 라이브 영상

당첨품과 함께 전달된 영수증 부적, 편지.

당첨자 분들에겐 상품 이외의 행복을 드리고자 당첨된 영수증을 액자에 보관하여 함께 드렸다. 마침 한 해가 시작하는 1월이었기에, 당첨 영수증이 한해의 행복을 비는 부적처럼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스타워즈의 'May the force be with you' 구절을 변형하여 'May the luck be with you'라는 문장을 만들어 붙였다. 가벼운 편지를 함께 동봉하면서 당첨의 기쁨이 배가 되기를 희망했다.

끝으로 이벤트 과정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여 2차 발신하였다. 브랜딩에 있어서 포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상업 시설이라면 쉽게 진행하는 단순한 '래플 이벤트'도 앨리웨이는 색다르게 할 줄 안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다음번엔 또 어떤 이벤트를 진행할지 기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종국에는 앨리웨이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


브랜딩이란 결국 다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경쟁시설에서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는 것이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는 방법이다. 이는 브랜드가 전개하는 모든 과정에 적용되어야 한다. 심지어 당장 매출을 올려야 하는 이벤트에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브랜드 담당자 혼자 고민할 것이 아니라 전사 조직이 어떻게 하면 다르게 얘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 두루뭉술한 이야기도 뾰족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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