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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Jan 10. 2024

무협지와 같은 성장기

'유난한 도전'을 읽고

 금융앱 '토스'의 행보에는 평소 관심은 있었으나, 자주 사용하진 않았다. 초기 은행간 이체 수수료가 월 10회 무료일 때 사용하긴 했었는데, 이후 은행들의 대대적인 상향 평준화 이후 특별히 이용해야할 니즈를 갖지는 못했다. (생각해보니 상향평준화를 이끈게 토스였던것 같다.)

그런 토스에서 2022년 책을 냈다. 유난한 도전. 두께도 꽤 두껍고 여백 없이 빽빽이 글자가 채워진걸 보며 설립 5년차인 회사가 어떤 할 말이 이리도 많을까 싶었다.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책을 펼쳤다. 이내 단숨에 빠져들었다. 현대판 삼국지를 읽는 느낌이었다. 단순한 스타트업의 성공기가 아니라, 성공하기 위한 치열한 무용담이었다. 


 책은 토스 창업자 '이승건'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의사로 병원 개원을 앞둔 그가 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실패와 도전을 만나게 되는지 서술된다. 그때마다 살아있는 인물들이 주변에 달라붙는다. 창업 멤버부터 이후 조인한 PO들까지, 실명으로 거론되는 등장 인물들의 고군분투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들은 각자 자리에서 하는 일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더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자. 기업의 이윤이나 이미지보다 중시했던건 목표 한가지였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속된말로 미쳐보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직은 점조직으로 움직인다. '사일로'라고 불리는 소규모 그룹은 프로젝트 단위로 '더 간편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활동한다. PO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무엇보다 빠르게 실행한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처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반면 토스가 성장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사일로 상관없이 모두가 뛰어들어 기회를 쟁취한다. 그렇게 토스는 5년이란 짧은 시간에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인상깊게 봤던 부분은 2파트.

하나는 184p에서 시작되는 '정승진' PO의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 토스의 서비스가 안정화 되고 나서도 정승진은 실험을 계속했다. 그 결과 안팎으로 잡음이 발생한다. 안정화된 서비스를 내야한다는 입장과 토스가 여태 성장해온 것처럼 빠르게 실험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정승진의 입장 충돌. 책에는 그 당시 오갔던 메일까지 첨부되어 있는데, 읽다보면 내 염통이 찌릿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다. 그때 들었던 생각, '어떤 신념을 가지면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거리끼지 않고 얘기할 수 있을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까?'였다.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있지 않고서는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싸우며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두번째는 255p에서 시작되는 재난지원금 조회 서비스 내용. 코로나 이슈로 재난지원금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이를 알렸던 토스를 기억한다. 그 당시의 속내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누군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내 일'로 만들기 싫어 외면하는게 다반사인 일반 회사와는 달리, 토스는 그게 먹힐것 같으면 누구나 물고 늘어진다. 그게 꼭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더라도 옳다고 생각되면 주말을 반납하고 해낸다. 아마 이런 분위기가 토스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들어가면 뼈도 못추리고 나가 떨어진다)을 만들어낸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쓴 정경화님은 경제부 기자로 일하다 토스팀에 합류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내용이 묘한 신뢰가 간다. 적절한 증거자료(당시 사용된 메일이나 게시물)와 함께 3인칭 시점에서 명료하게 글을 풀어쓴다. 흡입력있는 문장력덕에 300p가 넘는 책을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덮고서 든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앞으로의 생에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순간이 올까하는 두려움과 혹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나는 그럴 준비가 되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되뇌었다.

두려움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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