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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Jan 13. 2024

경쟁은 오히려 일관성을 만든다

'디퍼런트'를 읽고

 기존에 마케팅의 관념에 도전장을 내미는 책이다. 흥미로운 것은 구구절절 맞는 말로 읽힌다는 점. 2011년에 출간된 이 책은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문영미' 교수가 펴냈다. 그래서 책은 마치 논문 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저자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이 나열되는데, 또다시 흥미로운 것은 무척이나 재밌게 읽힌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하버드 수준의 논문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경쟁은 경주와 같기 때문에 결국엔 모두가 같은 곳에 도달한다.

 

 책은 기존 정립된 마케팅 법칙에 대해 반박한다. 가령 포지셔닝 맵이나 소비자 조사와 같은 툴에 대해서. 둘 다 현재까지 기업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는 분석 방식이다. 포지셔닝 맵은 사분면을 통해 기업의 차별화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툴이고, 소비자 조사는 고객의 소리를 통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툴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식 모두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평가의 오류'이다.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대상을 평가하게 된다면 그 '기준에 미달'되는 부분을 알게 된다. 그러곤 미달된 부분을 보완하고자 하는 욕구에 빠진다.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해당 기준을 가지고 평가받는 카테고리 내 모든 브랜드는 비슷한 성향을 가지게 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무차별성'이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소비자 조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지 못한 특성들에 대한 지적뿐이다. p.56

그 결과, 굉장히 지엽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은 차별화를 논하게 된다(이미 너무 많은 부분이 닮아버렸기에). 예를 들어 등장했던 생수 브랜드 '피지'와 '보스'의 경우, 노르웨이의 천연 암반수이냐 문명으로 멀리 떨어진 원시우림의 지하수이냐로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순간 얼마 전 구매한 신라면에 앙리마티스 그림이 콜라보된 포장지가 떠올랐다. 기업은 차별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얻지 못하는 현실이다.


차별화는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경쟁에서 멀어지는 것. 저자는 차별화를 통해 성공을 이룬 사례들을 통해 이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에서 차별화 브랜드를 설명한다.

1. 역 브랜드
모두가 더(more)할 때 덜(less)하는 브랜드
ex) 구글, 잿블루, 이케아, 인 앤 아웃
2. 일탈 브랜드
카테고리의 경계를 무력화시키면서 이를 설득하는 브랜드
ex) 소니 아이보, 태양의 서커스, 킴벌리 풀업스, 알레시
3. 적대 브랜드
기존 관념에 도전하며 비난을 무릅쓰는 브랜드
ex) 미니쿠퍼, 베이딩 에이프, 베네통

 여기에 이 카테고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을 덛붙인다. 예를 들어 "이케아는 적대 브랜드의 특성을 지닌 역 브랜드이다."로 설명될 수 있는 것처럼, 위의 개념은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

 위 세 가지 카테고리의 공통점은 결승선을 향해 가는 경쟁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결승선을 왼쪽에 하나 더 만든다던지,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뛰어간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소비자 조사나 경쟁시설 분석을 통해서는 할 수 없는 방법이다.


그래서 인간을 닮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

 책은 차별화하는 방식에 대해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남들이 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해봐야 남들과 같아질 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브랜드는 인간과 닮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미래에 대해 기대를 함과 동시에 불안해한다. 이중적이고 종잡을 수 없다. 그렇기에 기업에서 마케터들의 역할이 '조직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역할이라 말한다.

조직 내에서 직관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마케터이다. 미래의 마케터들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고 그리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인간적인 방법을 기업에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p273.

 남들과 달라지고 싶다면, 남들이 하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 그러고 보다 실제 소비자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이를 브랜딩 활동에 적용한다면 보다 '차별화'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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