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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Jan 30. 2024

아마도 평생 쓸 가방

POTER TANKER 2 WAY TOTE BAG

POTER TANKER 2 WAY TOTE BAG - SILVER GREY.

이태원을 거닐다 쇼윈도에 보인 가방에 홀린 듯 매장에 들어선 적이 있다. 요시다 포터와의 첫 만남이었다. 단번에 눈에 띈 가방은 묘한 은빛의 껍질에 주황색 속살을 가지고 있었다. 나일론 특유의 광택과 충분한 양의 주머니, 토트백과 크로스백으로 사용 가능한 범용성.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가격 빼고.

포터 탱커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주황색 내피.

포터에 대해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일본 브랜드라는 점과 '*일침입혼'과 같은 장인정신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인기 모델인 '탱커' 시리즈는 항공점퍼 'MA-1'을 모티브로 만들어 나일론 소재에 주황색 내피가 포인트인 라인업이었다. 그때 당시 나는 주황색 포인트에 광적으로 열광(아마도 브라운_BRAUN_의 영향이지 싶다)하던 때라, 이 부분이 나를 격하게 끌어당겼다.

* 일침입혼(一針入魂) : ‘한 땀 한 땀에 혼을 담아 만든다


결국 2020년, 셀프 생일 선물로 구입. 당시 회사에 '생일 지원금' 제도가 있어 45만 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을 상쇄시켜 준 덕이었다. 그 후 4년째 '데일리 백'으로 정말 잘 들고 다닌다. 문자 그대로 거의 매일 들고 다니는데, 일 년 중 300일은 들고 다니지 않았으려나. 과장을 좀 보태자면 말이다.


내가 구입한 탱커 2 Way Tote Bag의 장점은 과하지 않은 크기에 있다. 가로 세로 모두 350의 정사각 형태의 가방은 토트백처럼 들어도, 크로스백으로 어깨에 걸쳐도 딱 맞는 핏을 보여준다. 여기에 확장 지퍼를 이용하면 부피가 큰 물건도 손쉽게 보관 가능하다.

거기에 묘한 나일론의 광택은 어느 착장에나 어울린다. 트레이닝복부터 정장까지 커버하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그렇기에 더욱 자주 들 수밖에 없다.

부자재의 도색은 쉽게 벗겨진다. 이로써(?) 나만의 제품이 완성된다.

매일 들고 다니는 만큼 오염이 되는데, 나일론의 광택을 잃지 않으려면 세척을 포기해야 한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단점은 그것뿐이다. 아니, 오히려 세척의 귀찮음이 사라졌으니 이것마저 장점으로 봐야 하나? (실제로 오염이 그리 쉽게 되지 않기도 하다) 노트북을 넣어 다니기도, 장바구니 대용으로 사용한 적도 있으나 어디 하나 뜯어지지 않았다. 스냅 단추나 연결 고리 부분의 도장이 벗겨지긴 했지만 이는 똑똑하게도 '세월의 흔적을 담아내기 위해 일부러 벗겨지는 도장을 사용했음'이라며 선수 쳐뒀으니 할 말이 없다.

요즘 거리에서 포터 가방을 멘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건에 있어서는 홍대병이 짙은 나에게는 '실버 그레이' 색상을 단종시켜 준 포터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언젠가 더 비싼 가격이 붙어서 다시 돌아올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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