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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Feb 17. 2024

예물로 구입한 안경

하쿠산(백산) 안경 SPM BOSTON CABLE _ 빈티지 실버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아내와 예물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였다. 아내는 지금 끼고 있는 커플링이 마음에 든다며 굳이 비싼 결혼반지는 필요치 않다고 했다. 우리는 예물을 반지로 국한하지 않는데 서로 동의했다.

 때마침 아내는 지속적인 렌즈 착용에 불편을 느끼는 중이었고, 나는 안경을 바꿔야 했다. 필요라는 명목에 '서로의 눈을 예물로 선물하자'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붙으니 강력한 힘이 생겼다. 그렇게 예물 비용으로 아내는 스마일 라식을, 나는 안경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마침(?) 내 마음을 사로잡은 안경이 있었으니, 바로 하쿠산(백산) 안경의 SPM BOSTON CABLE이었다.

 백산안경은 원래 알고 있던 브랜드는 아니었다. 회사 근처에 매장이 있어 우연히 들어가 본 것이 다였다 (회사가 어느 동네에 위치하느냐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거기서 만난 이 안경은 다리 형태가 독특하면서 동시에 기능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눈길이 갔다. 가벼운 무게의 안경을 써보면 안경알 무게 때문에 앞으로 흘러내리는 걸 자주 경험할 수 있는데, 이 제품의 귀를 감싸는 케이블 형태의 다리가 이를 방지해 줄 것으로 보였다. 빈티지 실버 색상과 어우러지는 클래식한 형태에서 오는 멋은 덤이었다.

 사용하다 보니 케이블형 다리는 그리 편한 방식은 아니었다. 귀를 꽉 잡아주도록 하면 고정은 잘 되나 귀가 아팠고, 헐렁하게 하면 고정이 안돼 의미가 없었다. 결국 심미적 만족을 조금 포기하고 다리 부분에 실리콘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실리콘 작업을 한 이후론 불편함이 없다). 착용할 때에는 다리를 벌려 귀에 걸치는 방식으로 안경을 써야 한다. 벗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조심스레 벗어야 한다. 한 손만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안경을 벗고 쓰는 게 불가능하다. 이런 불편함이 처음엔 매우 어색했으나, 지금은 익숙해지긴 했다.

 클래식한 것은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그 행위에서 오는 특유의 멋이 있다. 그것만으로 많은 게 용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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