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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Feb 26. 2024

창업주의 철학이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

'위대한 치킨의 탄생'을 읽고

 전 회사에서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였다(당시 펭수를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 캐릭터가 나오던 시기였다). 디자인은 어찌어찌할 수 있었는데, 그 캐릭터의 세계관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캐릭터의 성격, 말투, 행동 등 가상의 인물이 살아온 인생을 정의한다는 것은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것처럼 생소했다. 방심하면 그 캐릭터는 어느새 ‘나’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당시 이 책을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칙필레’라는 치킨 샌드위치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은 ‘위대한 치킨의 탄생’이라는 책이다. 

 칙필레는 소고기 패티가 주를 이루는 햄버거 시장에서 닭고기 필레를 이용한 '치킨 샌드위치'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기업이다. 그들을 단번에 미국 전역의 유명 브랜드로 만든 것은 '젖소 캠페인'으로, 젖소는 햄버거의 주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치킨 샌드위치가 많이 팔릴수록 '종족 보존'을 할 수 있다는 재미난 스토리에서 탄생한 캠페인이다. 치킨 샌드위치를 가장 잘 만드는 곳은 칙필레이므로, 소들은 칙필레의 광고를 도맡아서 하는 것일 뿐 칙필레의 모델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칙필레의 신메뉴를 홍보하는 등의 활동은 할 수 없다는 설정이다.

 책에서 가장 재미나게 읽은 부분은 257P에 나오는 '칙필레 음메 선언문 (Chick-fil-A Moo Manifesto)'. 그들은 젖소 캠페인이 정상 항로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아줄 방어벽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 이를 딱딱한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Moo Manifesto라는 타이틀을 달아 작성했다. 선언문은 7살 어린이가 읽어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는 수준으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작성되었다. '가이드를 위한 가이드'가 판치는 현실에서 제대로 된 가이드 레퍼런스를 만난 느낌이다.

 책을 읽고 보니 그때 당시 나는 '믿음'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종교적인 믿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었다. 물론 칙필레는 종교적 믿음을 통해 성장한 브랜드이긴 하지만 말이다.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방향, 창업자가 믿는 철학, 그 철학을 믿는 직원, 모든 걸 믿게 만들어주는 제품과 이 제품이 변치 않을 것이라는 고객의 믿음. 이 모든 게 이어졌을 때 브랜드는 강력한 세계관을 갖게 되고 그 안에서 제품과 서비스뿐만 아니라 만들어진 캐릭터까지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톱니바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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