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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왕진 Nov 01. 2023

화분 속 나무의 웃자란 가지는 내 마음 같았다

삶은 생각 에세이

마음을 주었던 작은 올리브나무 화분을 다듬었다. 유독 가지 하나가 빠르고 길게 자라나고 이파리가 못나게 달려 나왔었다. 이런 것을 보고 웃자란 것이라고 한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니 빨리 다듬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처음 이 나무를 데려오려고 할 때부터 유독 특이하게 생긴 모습에 정이 갔었다. 더 예쁜 것을 찾고 싶기도 했었으나 원예 생활을 하는 동안 자라나는 모습에 예쁨을 차별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 자체로 사랑을 주고 싶었다.

무작정 물을 주고 자라나는 대로 예뻐해 주는 것이 식물을 위한 길은 아니었다. 웃자란 가지는 과도하게 식물이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고 했다. 중요하게 자라야 하는 뿌리나 과일, 꽃에 쏟아야 할 양분을 웃자란 가지에 소비하는 것이다. 나는 가지를 다듬어야만 했다. 이 줄기에 미안한 일이더라도 무심하게 가위질을 해야 하는 순간이 필요했다.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 환경에서는 가지들이 웃자란다고 한다. 가지를 다듬으며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의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여러 생각 중에도 웃자란 것이 있겠다고. 따뜻함이 부족한 시기, 미움과 질투와 원망이 가득한 시기에 자라난 생각들은 특히 웃자란 것일 수 있겠다고.


가지를 다듬으며 나는, 중요한 일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게 하는 그 어떤 뾰족한 마음은 내 마음이 겨울이던 시기에 웃자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3. 10. 29



원문: https://naver.me/Giepa2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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