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썰킴 May 18. 2024

독서 장소와 자세(1)

1. 책이 잘 읽히는 명당

 독서에도 명당이 있다. 고요한 분위기에, 붐비지 않고, 적당한 채광과, 알맞은 온도. 그리고 커피라도 한잔 홀짝이며 책을 읽는 시간은 정말로 감미롭다. 누구에게는 독서 명당이 자신 서재나 거실이 될 수도 있고, 카페 또는 도서관이 될 수도 있다. 모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독서 명당이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카페가 부쩍 많아지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책 읽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카페를 공부와 독서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도 한다. 만약 풍수 지리학의 시조인 도선 국사가 이 시대로 환생한다면, 아마 공부하고 책 읽기 좋은 카페를 찾는 카페 명당 어플을 만들지 않았을까 상상도 해본다.      


 소란스럽고 번잡할 때에는 평소에 늘 기억하던 것도 멍하니 잊어버리고, 청정하고 편안한 곳에서는 전에 잊었던 일도 또렷하게 떠오른다. 그러므로 고요함과 소란스러움이 조금만 나뉘어도 마음의 어둡고 밝음이 판이하게 달라짐을 알 수 있다.

<채근담>, 홍자성     


 책 읽는 장소는 매우 중요하다. 위 <채근담>의 글처럼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기운이 나에게 오롯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독서를 할 때는 외적으로는 공간이 주는 기운에 젖고, 안으로는 책의 기운에 젖는다. 자신을 매개로 공간과 책이 안팎으로 상호 작용한다. 이 내외적 요소가 공명한다면 독서의 진폭이 커져 효과가 커진다. 그러나 혹자는 이야기한다. 독서는 장소 시간을 가릴 것 없이 생활화해야 된다고. 지하철에서 버스에서라도 부지런히 읽어야 된다고. 책을 향한 구도심의 발로에서 이 말에 동의한다.      


 이런 상황에서 읽을 책들은 따로 있다. 온 정신을 집중해서도 부족할 판에 몸도 흔들리고 부산한 곳에서 읽을 책이란 흥미 위주이며, 실생활이 도움이 되거나, 지식을 늘리는 가벼운 소설, 지식서, 자기 계발서가 적합하다. 슬로 리딩으로 읽을 책은 과거 읽어왔던 책들과, 살아온 인생을 밑천 삼아 읽어나가야 한다. 온 존재를 걸고 하기 때문에 번잡스러운 곳에서 읽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러면 꼭 책은 조용한 곳을 찾아 각 잡고 읽어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당연히 아니다. 강약 조절을 잘하면 된다. 전력으로 읽어내야 할 책들은 책상에 앉아서 운동선수 훈련하듯 읽어내면 된다. 정신의 휴식과, 심미적 즐거움을 주는 책들은 편안한 자세로 집의 소파나 침대에서 읽어도 된다. 편하게 읽는다고 해서 독서삼매에 못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독서를 잘하고 싶다면 장소에 대한 고민도 해보자. 그리고 자신만의 독서 명당, 독서 아지트, 독서 무릉도원을 찾아보자. 책 읽기가 한결 더 즐거워진다. 독서 명당을 찾아 책 읽는 행복을 이야기하는 박총 작가의 글을 보라. 그의 해맑은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책이 있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내 단칸방. 생산과 성취를 위해 폭주하는 세상에서 바보처럼 골방에 갇혀 느릿느릿 책장을 넘긴다. 누구는 정의를 외치고 누구는 사랑을 한다. 누구는 봉사를 하고 누구는 여행을 간다. 하나같이 아름다운 몸짓이건만 책 읽을 생각에 들뜬 표정을 지으며 골방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사랑옵구나. 나는 비교하지 않고 우열도 열등도 느끼지 않으니 누구도 이내 희락을 앗아갈 수 없으리.

<읽기의 말>, 박총 

매거진의 이전글 책 선택에 실패하지 않는 법(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