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와의 전쟁
평촌 샛별한양 6단지 14평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했다. 결혼 전에 매수한 아파트로 낡은 집이다.
처음엔 적어도 5년 정도는 거주할 목적으로 인테리어를 해서 들어갔다.
화장실, 주방은 새로 했지만 벽지는 합지로 하고, 바닥은 1.8T 가장 얇은 걸로 하는 등 비용을 최소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인테리어 예산은 본인의 예상대로 되진 않는다.)
살다 보니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명확했다.
범계역 도보 10분에 대형백화점 및 마트가 도보권, 산책하기 좋은 평지, 훌륭한 광역버스 노선 입지적인 요소가 장점이라면 나와 나이가 같은(1993년도) 낡은 집이라는 점이 단점이었다.
새로 인테리어 했으니 문제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우선, 겨울에 집이 춥다.
한겨울에는 21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질 않았는데, 워낙 세대수가 많은 집이라 관리소에 문의해도 원래 그렇다는 반응뿐이다. (관리소 얘기도 할 말이 많다^^)
그리고 수도계량기가 복도에 있어서 평소에 온수, 냉수를 항상 흘려줘야 수도관이 얼지 않는다.
겨울에 이사 온 우리는 이걸 모르고 몇 번 수도관이 터져서 관리소 직원한테 욕을 많이 먹었다. 이 추운 겨울에 서로 불편하게 해야겠냐며.. 저도 몰랐지요..
가장 큰 문제는 누수다.
나는 이사 온 1년 동안 누수를 4번 겪었다. (모두 다른 누수다.)
아랫집 화장실에 누수, 외벽누수 (사이드집), 화장실 천장누수, 복도 쪽 천장누수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1년 사이 누수의 대가가 됐다.관리소에 얘기한 다고 해도 그렇다 할 대책이 생기진 않는다. 그리고 해결이 된다 해도 정말.. 정말.. 정말 오래 걸린다. 우리 집만 새는 게 아니다.
첫 누수는 아랫집 천장에 생긴 누수인데, 비 올 때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젖는 상황이었다.
누수는 처음인지라 관리소, 누수탐지 사장님, 난방배관 사장님.. 여럿이 아랫집을 보고 갔고 딱히 해결은 안 됐다.
결국 인테리어 사장님께 SOS를 요청했는데, 바닥을 뜯어보니 물이 가득 차있었다. 거의 한 바가지 나왔다고 하니, 바닥 방수시공의 문제였다. 이때는 다행히도 인테리어 업체의 문제라 꽤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누수는 대환장의 여정이 시작된 외벽 누수다.
우리 집은 사이드 집인데, 어느 날부턴가 비가 내리는 날 벽이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관리소 문제제기->외벽방수업체 방문' 루프를 몇 번이고 반복했는데 해결이 안 됐다. 방수업체가 날마다 오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비 오는 날에는 또 시공을 할 수가 없어서 속이 탔다. (이때는 우기였다.)
나중에는 하다 하다가 업체랑 직접 통화를 했는데 그분도 답답했는지 나에게 50장 이상의 시공 중인 사진을 보냈다. (저에게 왜 그러세요..) 그래도 누수는 해결이 안 됐다.
결국 콘크리트 외벽에 구멍을 여러 개 내서 그 내부를 충진 하는 방법을 썼는데, 드디어 먹혔다.라고 생각했지만 빗물이 지겹게도 누수를 막은 곳을 지나 옆으로 가서 또 누수를 발생시켰다. 거길 또 막기를 한 번 더 반복하자.. 해결이 됐다.
구축아파트, 특히 PC공법 조립식 아파트에서 사이드집은 절대 매수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 해결되는데 거의 8개월 이상 소요됐다.
세 번째 누수는 천장에서 발생한 누수인데 이사할 집을 이미 매수한 상태라 집을 내놓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를 가득 받았다. 처음에는 관리소에서 시멘트를 쳐발쳐발 해주셨는데 누수가 계속되니까 윗집 화장실 재시공을 통해 해결이 됐다. 윗집의 조속한 조치로 빠르게 해결이 된 편이다. (1달 소요)
네 번째 누수는 집을 매도하고 잔금까지 한 달 남은 시점이었다.
출근하면서 출입구 천장에 보이는 축축한 누수자국을 보면서 내 눈을 의심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관리소에서는 신발장을 뜯어봐야 할 것 같다했지만 이미 관리소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 지 오래라.. 우리 식으로 해결해보려 했다.
처음엔 누수가 작아서 결로인가 싶어서 환기를 열심히 해봤지만 실패, 벽 막기 경험을 한 터라 방수 시멘트를 사서 발라봤지만 실패, 윗집 부동산에 누수 얘기를 했더니 누수를 확인해 보고 수도관 문제로 보인다고 해서 공사를 하고 해결이 가능했다. 부동산 사장님이 관리소 사장님들보다 더 잘 아는 경우도 많다.
다행히도 잔금 전에 모든 누수를 해결해서 무사히 이사를 갈 수 있게 되었다. 이사 가기 마지막날에 세탁기 수도관이 터져서 베란다가 물바다가 된 건 안 비밀이다...
물론 누수 때문에 지긋지긋해서 이사 할 집을 알아본건 아니고 살다 보니 좀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1 주택 갈아타기를 진행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하나. 입지 좋은 구축아파트에서 실거주를 하거나, 전월세를 주거나 누수문제는 필수불가결하게 일어난다. 이를 미리 알고 매수해야 하며 누수보험은 필수다.
둘. 저층, 사이드집은 싸더라도 매수하지 않는 게 맘 편하다.
셋. 관리소는 우리의 누수에 크게 관심이 없다. 이런 집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 내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해야 조금이라도 시간을 당길 수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입지 좋은 구축보다 (입지가 조금 빠지더라도) 신축의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입지 좋고 동, 층, 향이 좋은 매물이 아니고서는 연식 좋은 집을 매수하는 게 맘 편하고 속 편한 투자이자 실거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싼 게 문제지만 말이다.
지긋지긋한 누수에 힘들기도 했지만
좋은 곳에서 우리 부부의 첫 보금자리를 시작해서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갈 수 있게 되었다.
고마웠어 샛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