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장애인학대 예방의 날’ 제정 관련 기사 헤드라인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의 아침 회의 시간에 어떤 선생님께서 이렇게 공지를 발표하신 적이 있다. "오늘 오후엔 금연 예방 교육이 있습니다. 학생들 늦지 않게 강당으로 모일 수 있도록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뜻 듣기엔 매주 있는 수많은 교육활동 광고 중 하나로 들렸지만 잠시 후 어디선가 들리는 '키득키득' 소리를 시작으로 진상을 깨달은 우리는 모두 큰 웃음을 공유했다.
원래대로였다면 선생님은 '금연 교육'이나 '흡연 예방 교육'을 안내해야 했지만, 그가 홍보한 것은 '금연 예방 교육'이었다. 금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흡연을 독려하는 교육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날 내내 교사들의 대화에서 아침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웃음의 소재가 되었다. 그러면서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차라리 '흡연 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지만 강요해서 지나치게 하라고 하면 반대로 하고 싶지 않아 진다는 게 우리들의 농담 섞인 역발상이었다.
"흡연의 날을 만듭시다. 하루 동안만 열심히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그럴 바엔 음주의 날도 만들죠. 대신 허용된 하루 이외엔 절대로 금지하고 말이지요." 큰 의미 없이 시작한 대화였지만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몇몇 국회의원들의 발의로 '장애인학대 예방의 날' 재정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식이 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 주변의 상황이 나아졌을 뿐 기사 속 학대와 방임은 여전히 많은 면을 차지하고 그 내용도 끔찍하다.
법으로 예방의 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 반증이고 그 뜻을 시행하고 있는 의원들의 움직임도 충분히 의미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법정기념일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의도한 것처럼 학대가 없어지거나 급격히 줄어들 거라는 확신이 들지는 않는다. '장애인의 날'이 없어서 차별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여성의 날'이 없어서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하루 정도 '장애인 학대의 날'을 만드는 편이 낫다. 마음껏 학대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고 나머지 날엔 절대로 할 수 없게 하는 날말이다. 일 년 중 364일을 평등하게 권익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다면 난 하루 정도의 끔찍한 학대와 차별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
하루 정도 학생들에게 흡연을 강제로 시키고 모든 국민이 장애인을 학대할 수 있는 날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색다른 역발상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기존의 방법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문제의 제거를 위해 조금 다른 방법들을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