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가 있는 은혜 씨 부부 이야기가 TV에서 방송되고 있다. 오늘 영상에서는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부부와 깊은 고민에 빠진 가족들의 대화가 방영되었다. 부부는 아이를 원하지만 결국 아이를 양육하는 것도 은혜 씨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족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가족들의 고민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였다.
인간이기에 누구에게나 2세를 낳을 권리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부부가 연애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모든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지원해 온 가족들의 현실적 고민 또한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임이 틀림없다.
돌을 목전에 둔 햇살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임신과 육아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에 200% 동의한다. 때마다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씻기고 재우는 일도,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참아가며 10달을 품어야 하는 엄마가 되는 과정도 솔직히 말하면 발달장애 가진 부부가 어떤 방법과 노력으로 해낼 수 있을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은혜 씨를 묵묵하게 지원해 준 가족들이라면 어떤 지원을 해서라도 또 한 번의 도전을 성공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긴 하지만 아기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 다른 가족들에게 나눠질 짐의 무게는 너무도 무겁고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할 시간 또한 길다.
그런데 사실 이런 문제 제기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향해 던지던 시선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눈 보이는 사람도 어려운 육아를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실제로 일 년이 다 되도록 아기를 돌보고 있지만 아직 자신 없는 부분은 존재하고 많은 부분 아내에게 의존한다. 그것은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는 눈 때문임을 부정하기 힘든 현실의 문제이다.
난 아기의 표정을 볼 수 없고 야외에 외출했을 때 다른 도구 없이 젖병의 물을 맞추기 어렵다. 씻겨주고 놀아주는 일도 익숙하게 설계된 우리 집을 벗어나면 다시금 어려운 일이 되곤 한다. 아직 햇살이가 특별히 아픈 적이 없는 일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생각하면 나의 보이지 않는 눈은 나를 다른 이들에 비해 극도로 무력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내게 아빠의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 의견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난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는 아빠이고 종종 아기를 불편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해내고 있다. 아내와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나를 대신해 아빠가 될 수 없고 도움을 받아서 아기의 성장을 돕는 것 또한 나의 양육 과정 중 하나이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따져가며 부모의 자격을 논한다면 나 아닌 다른 이들도 자신 있게 부모가 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돈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가? 체력은 얼마나 좋아야 하는가? 육아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그런 것들로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는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
우리는 개인이 중심이 되고 개인주의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공동체의 가장 큰 의미는 개인의 부족함을 공동체의 힘으로 채우는 것에 있다. 내가 아기에게 해 줄 수 없는 부분을 아내가 채워주는 것은 우리가 가족이고 부부이기 때문이다. 요즘 주변에 아기들이 다닐 수 있는 구립, 시립의 놀이시설이 꽤 많이 존재하는데 이 또한 지금의 공동체가 함께 아기를 키우는 방식이다.
모든 인간은 완벽하지 않지만, 누구나 사랑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고 아기를 가질 수 있어야만 한다. 개인이 부족한 부분은 가족이 채우고 가족이 해 줄 수 없는 부분은 공동체가 함께 고민해야만 한다. 우리가 함께 사는 의미는 바로 그것이다.
은혜 씨 가족이 아기를 낳고 기르는 일이 현실의 고민에서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은 그들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고민 안에 발달장애인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을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것으로 누군가 단정한다면 또 다른 기준으로 당신도 아빠가 될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은혜 씨의 고민이 부모가 되고 싶어 하는 어려운 이들의 고민을 끄집어내는 계기가 되고 공동체가 함께 아기를 양육할 수 있는 고민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