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발표자는 피부과 의사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주된 강의 내용은 피부관리와 관련한 것들이었지만 간간이 농담을 섞는 그의 강연 속에서 진정 매력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선크림을 2시간에 한 번씩 충분히 바르고 각자의 피부 성향에 맞는 보습제를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피부과에 내원해서 적절한 조치를 받으라는 그의 말을 실천한다면 잡티 없고 뽀얀 피부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의 말에도 포함되어 있듯 지금보다 원하는 상태로 가까워질 뿐 완벽히 그 상태가 된다는 것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자격은 소수에게만 주어진 한정된 권리인가? 피부과 전공 서적에 정의된 건강하고 매력적인 피부의 조건이 잣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뽀얗고 잡티 없는 고운 피부를 가지지 않은 사람 중에도 매력적인 사람들은 많다.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다수의 사람이 원하는 피부의 상태가 그러할 뿐 어떤 이들은 까무잡잡하거나 곱지 않은 야성적인 피부를 매력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성적인 사람을 매력적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외향적인 것이 최고라고 말하는 이도 있는 것처럼 피부도 한 가지의 절대적인 상태만이 완벽히 매력적인 상태이고 다른 피부는 그것과 얼마나 가까운지에 따라 매력의 정도가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얀 피부가 매력의 절대적 기준이라면 우리는 백인들의 매력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는 건강한 피부도 있고 까만색의 멋진 피부를 가진 흑인들도 많다.
강연자는 자신을 준비성 철저하고 냉철한 성격 가진 내성적 인간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것들이 하나의 특성일 뿐 매력을 보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그에겐 그런 성격들이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성취한 직업과 지위는 그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지만 그와 정확히 반대되는 지점의 매력을 가진 이들도 있다.
많은 사람이 하얀 피부를 가지기 위해 많은 돈과 긴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피부라는 정답을 선물해 주지는 않는다. 모두가 어떤 연예인처럼 투명한 피부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발달한 의술이 모두에게 그런 피부를 허락하게 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도 최적의 어울림은 아니다.
소금을 넣어야 맛있는 음식이 있고 설탕을 넣어야 완성되는 음식이 있는 것처럼 우리가 추구해야 할 매력적인 사람의 조건은 우리가 서로 같지 않다는 너무도 당연한 전제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참인 명제이다. 보이지 않는 눈 가지고 살아가는 나의 조건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매력과는 거리가 있는 삶이겠지만 난 나의 많은 매력들을 사랑하고 자부심 느끼며 살아간다.
내 아내는 그녀가 아는 수많은 남자 중 유일한 남편으로 나의 매력을 택했고, 나의 제자들은 수업 시간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감탄과 환호를 보내준다. 내가 가진 매력은 그것이고 내가 추구해야 할 매력적인 인간상 또한 그것이다. 난 아내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제자들의 수업이 다른 어느 학교의 수업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내가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것보다 우선하여 추구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매력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가 가진 매력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일이다. 사람이 가진 매력이 모두 다르다는 면에서 그 과제는 모두에게 해답이 존재하는 어렵지 않은 문제이다. 우리는 어느 영화배우처럼 생기지 않았어도 어느 갑부처럼 돈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내게 완벽히 다른 매력이 존재한다는 가장 희망적인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