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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광수 Feb 26. 2023

미래가 기대되지 않은 직장인

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법 - 임현주


능력은 모자랐지만 열정 만큼은 부자였던 나에게도 최근까지 오춘기 같은 시절이 있었다. 아니, 사실도 지금도 그렇다. 지금 와서 인생의 방향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럴 용기도 에너지도 없는 상황. 보람과 돈 그 어느것도 얻지 못한체 이렇게 나이가 드는걸까. 앞날이 기대가 되지 않으니, 뭘 잘 하고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관심있는 대학원에 진학해 황급하게 땜빵(;;)을 했지만 졸업을 앞두고 나서 증상은 더 심해졌다.

 

결국 매사에 심드렁해졌는데, 본업도 당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드디어 나도 먼저 이 바닥을 뜬 동기들처럼 언론사를 그만 둘 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동기들 중 기자가 몇 안남았다!)


MBC 아나운서 임현주 작가가 쓴 <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법>은 그 상황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그도 나와 비슷한 감정에 고통을 받아 고민했다는 내용이 도입부에 있었는데, 이 내용만으로 나는 절반쯤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만으로 이 또한 슬기롭게 잘 지내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해서다. 



책 초반부에서는 상처받은 내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라고 했다. 그래 맞는 얘기다. 닫혀있었던 내 감정의 문을 열어보니 상처받은 마음이 있었고,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몇가지 이유가 생각났지만 그렇다고 내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가벼운 우울증인걸까. 


인과관계가 아예 없을수 없지만, 최근 이직을 결정했다. 그러면서도 온전한 상태가 아닌 내가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후회하며 우울했다. 나란 새끼 도랏나 마...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쉬는 기간 임 작가가 쓴 <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법>을 마저 읽었다. 뚜렷하게 일목요연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은 아니다. 사실 그런 방법이 있을리 없다. 임 작가가 방황하고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이야기 속에서 나도 조금은 위로 받기도 했고, 힌트를 얻기도 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새 회사로 이직하는 사이에 예전 직장 데스크를 만났다. 회사를 퇴사하고 나서 제대로 연락을 드린 적 없어 나에게는 꽤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 약속이었지만 막상 만나뵈니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 이직 소식을 전하니 "역시 잘 될줄 알았어"라는 말을 해주셨다. 그 말 한마디에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진심이 담긴 따뜻한 응원이면 어느정도 괜찮아 지는구나! 


내일이 새 직장으로 첫 출근하는 날이다. 출입처도 모르는 무방비 상태이지만...그동안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쉬면서 다시 시작해볼 에너지를 얻은것 같다. 나를 아끼는 모든 이들에게 다시 따듯한 말을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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