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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준호 Jun 21. 2020

지리산은 봄

2개월만에 다시 오른 천왕봉

두 달만에 다시 지리산 천왕봉을 찾았다.
 
 해가 길어져 지난 번보다 밝은 아침에 오르기 시작했다. 초입부터 계곡 물소리는 더 요란해졌고, 나무들마다 새순이 돋아 물들어가는 신록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짝을 찾는 산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어디선가 지척에서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는 애절하게 들린다.
 
 썩은 나무 아래로 노란 괭이 꽃이 예쁘게 피었고, 돌 계단 틈새로 하얀 얼굴을 내민 앙증맞은 덩굴개별꽃은 눈맞춤을 하느라 갈 길을 멈춰서게 한다. 1,300m가 넘어서자 얼레지 꽃이 길 양옆으로 수없이 고개를 떨구고 피어 지나는 나를 환영하는 도열병처럼 보인다.
 
 다람쥐들은 먹이를 입에 물고 싈 새 없이 움직인다. 먹이를 찾는 까마귀들은 하늘을 맴돌며 시끄럽게 울어대다가 지쳐 데크길 난간에 읹아 신기하게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피하지도 않는다.
 
 제석봉을 지나자 지난 3월에 눈꽃으로 장관을 이루었던 고사목들이 이제는 발가벗은 모습이 되어 발 아래 펼쳐진 운해를 배경으로 또 다른 멋진 경치를 자아낸다.
 
 천왕봉 정상에선 어린이 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다며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밤새 운전하고 내려 왔다는 멋진 가족 등산객을 만났다. 등반을 마치고 하산하여 잘 돌아갔는지 궁금해진다.
 
 지리산에는 여전히 바람이 차다. 그래서인지 이제야 빨간 진달래, 하얀 산철쭉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었다. 아울러 기지개를 켜는 동물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물오른 식물들이 봄 옷으로 갈아 입고 있었다.
 
 지리산은 지금 한창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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