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발상법
얼마 전 일본의 소도시 다까마츠에 다녀왔다. 쫄깃한 면발의 사누끼우동이 유명한 곳이다. 비행기는 강풍으로 네시간 가량 연착한 후 날아올랐다. 우선 배부터 채워야 했다. 데이터 마케팅 회사의 조선국 대표는 우동 맛집이 있다며 네비게이션을 작동시켰다. 그는 우회전할 때 크게 돌아야한다며 ‘우클’이란 말을 주문처럼 외치며 달렸다. 조 대표는 여행 내내 스마트폰을 뒤적거리며 꽤 그럴 듯한 가설과 추론으로 경로를 점검하며 일정을 꾸려 나갔다. 인천에서 떠나올 때도 그랬다. 연착한 비행기가 승강기로 진입할 때 유심히 바라보다 “베트남의 다낭이나 나트랑에서 온 비행기같다”고 말했다. 근거를 물으니 목베개를 한 승객들이 내리는 걸 보았는데 에어서울의 국제노선은 아직 동남아 쪽밖에 없으니 두어시간 걸리는 일본이나 중국 쪽에서 온 승객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승무원에게 물으니 “다낭에서 온 비행기가 맞다”고 했다. 그는 연착한 비행기에서 청소인력이 나오고 승객의 짐이 실린 뒤 공항 바닥 저유고에서 기름을 뽑아 급유를 마치면 곧 날아오를 것이라고 했다. 해외출장이 잦은 이력이 관찰력으로 이어진 듯했다. 짐을 실은 트럭에서 비행기 짐칸으로 던져지는 골프채의 갯수를 세어보며 “골프장 부킹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사건의 맥락을 짚어내는 그의 추론(推論)은 탁월했다. 하지만 추론은 분석의 과정에 불과하다. 그 결과로 얻은 데이타나 정보를 조합하고 연결해서 새로운 가치를 얻어내려면 연상(聯想)력이 필요하다. 예술계의 데페이즈망(Displacement: 轉置)이나 경영 쪽의 스캠퍼(SCAMPER)는 연상의 대표적 추출법이다. 모든 것의 실체가 스마트폰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리얼리티의 시대가 왔다. 여기에 걸맞는 연상력의 훈련법은 무엇일까?
구본창(具本昌) 작가의 사진전 ‘구본창의 항해’는 마지막 날도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유년기를 대부분 홀로 보냈다는 그가 사물에 보이는 호기심은 남달랐다. 전시관 초입의 ‘호기심의 방’엔 살던 집 마당에서 모은 그릇 조각부터 아버지가 해외 출장길에 가져온 인쇄물, 국내외를 오가며 수집한 사물로 가득했다. 밥 딜런의 레코드판과 낡은 표지의 LIFE지도 눈에 띄였다. 그가 수집한 갖가지 물건들은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의 영감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그는 사과와 관련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전시된 작품에도 세 점이 보였는데 난생 처음보는 사과였다. 사과를 품은 사과, 물잔 속에 담긴 사과, 선인장 모습의 사과가 그들이다. 전시장엔 대상들의 특별한 이면을 담으려는 고민의 흔적들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져 있었다. 작품이 주는 의미는 작가의 숨은 의도로 파악된다. 단지 보는 것(See)이 아니라 들여다봐야(Observation) 가능하다. 전시 해설가의 설명을 듣거나 해설집이나 검색을 통해 보충이 필요한 것이다. 그의 항해는 후기로 접어들며 금관이나 각시탈 같은 전통 문화로 뱃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눈에 띈 작품은 전시관 중앙에 자리잡은 백자의 연작이었다. 어둠을 머금고 떠오른 백자가 환한 보름달로 떠올랐다 기울며 어둠 속으로 다시 사라지는 작품이었다. 백자를 이어붙여 달의 생사소멸을 완성시킨 것이다. 구본창의 항해는 호기심으로 모으고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다른 것과 결합시키는 여정이었다. 전시관 한켠에선 시장통의 국밥집, 횟집의 어항속, 난로 위의 막장갑, 처마끝의 전등을 가리지 않고 이끌리듯 다가서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작업 방식이 방영되고 있었다. 영상은 구본창을 미(美)를 찾아 걷는 사람, ‘미행자(美行者)’라고 알리며 끝났다.
연상력의 훈련장은 사건이 넘쳐나는 일상의 거리다. 거리에서 모으고 관찰하고 연결하라. 그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작품의 가능성을 살피다 자신의 의도에 적합한 것만을 추려 작품을 전시하듯 당신도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관찰한 결과를 메모하고 다듬어서 축적해야 한다. 시간이 없는 분들을 위해 SNS를 선용할 것을 제안한다. 이제까지 단순한 기록과 설명에 그친 음식 사진과 여행영상이었다면 이제부터 자신만의 특별한 느낌이나 관점이 담긴 인사이트의 일기장으로 변모시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