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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youjeong Jan 27. 2022

어느새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세상>


어느새 디자이너로 살아간 지 약 3년 차가 다 되어간다.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운이 좋게도 첫 번째 직장을 쉽게 얻을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내가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달아도 되는 걸까 싶었고, 지금은 그 직함을 뺀 나에겐 무엇이 남았을까 하는 시기가 왔다. 다행이라 느끼는 건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일의 가치를 드디어 찾았다는 것.


작년 8월 퇴사를 했다. 세 군데의 회사를 다녔는데 마지막은 아 정말 못해먹겠다 하고 나와서인지,

한동안 Adobe Cre… 에서 A만 봐도 짜증이 났다. 그럼에도 퇴사한 후에 약 5개월 동안 두 군데의 업체에서 일했고 두 번의 회사 면접과 아르바이트, 현재는 새로운 곳에서 잠시 디자이너로 단기 업무를 보고 있다. 신물 나서 디자인은 절대로 안 하겠다 했던 시기 동안 결국은 디자인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 그렇게 내가 뿌리쳐도 내 세상은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게 되어버린 걸까. 웃기게도 그렇게 안 한다고 했던 기간 동안 꼭 지켰던 디자이너일 때 습관 몇 가지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몇 개를 적어보자면,



01. 가방 속 줄자

스타트업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디자이너가 한 명이거나, 아니면 말도 안 되게 일이 넘치거나 하는 회사들만 다녀서인지 이것저것 손을 댄 것들이 많은데, 패키지 디자인, UI/UX, 브랜딩, 기획까지 뭐 스페셜리스트가 꿈인 올라운더 디자이너가 돼버린 것 같다. 나는 정말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는데 디자인이라는 게 생각보다 치수, mm, point, 싸움일 때가 많아서 눈앞에 자가 없거나, 당장 자를 쓸 수 없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급하게 사용하기에 제격인 줄자를 가방에 항상 소지하고 있다.

추천하는 줄자는 무인양품, artek



02. 네일아트 받기

원래는 네일아트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친구 따라갔던 네일숍이 좋았는지 한동안 꾸준히 받았었다.

그렇게 회사 근처에 괜찮은 네일숍을 알아내서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케어를 받고 한 달에 한 번씩 기분을 달래곤 했었는데, 어느 날 야근을 하던 중 손톱이 이상하게 남들보다 빨리 자라는 것 같다는 네일숍 언니의 말이 기억나 팀장님께 신기하지 않냐며 얘기한 적이 있다. 속상해하며 "우리가 키보드를 많이 써서 손톱이 남들보다 빨리 자라나 봐요."라는 팀장님의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에 위로를 받았다. 차츰 손톱이 자라는 게 보이는 순간 내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구나. 일을 했구나 하는 징표 같아서, 받기 시작한 걸까



03. 아침을 여유롭게 시작하기

디자이너들은 야근이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는 말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새벽 두세 시까지 일하다가 집에 가는 날에는 오전 반차를 쓰는 게 좋겠지 라는 생각으로 잠에 든다. 그럼에도 내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남들보다 조금 빨리 맞이하는 이유는, 나는 한번 루틴이 깨지면 정말 깨져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 근 5개월간의 백수 생활 동안, 새벽에 자고 낮에 일어나는 나날을 보내기도 했지만 일을 시작하는 순간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는 생활습관을 만드려고 노력한다. 12시 전에는 잠들고 7시 안에는 일어나는 습관.



요즘은 삶과 일의 공존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작년도까진 일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 사랑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 아직도 나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주는 무게감이 좀 크다. 그럼에도 이 일을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걸 인지했으니, 어디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 온 세상의 디자이너들이 행복하고 또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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