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ekyoujeong Sep 15. 2022

“그렇게 옮겨다니면 경력은 언제 쌓을래?”

<만년 주니어디자이너>


마지막으로 다녔던 세번째 회사는 나름 유명한 MCN회사였다. 젊은 나이대의 구성원과, 동네의 좋은 인프라. 그리고 말도 안되는 업무량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였다. 그럼에도 그곳을 다녔고  1년동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좋은동료들과 함께 했다는 점을 정말 감사히 생각한다.


세번째 회사를 다닐 시절, 수습기간이라고 불리는 3개월이 지나고 다른 회사 준비를 하겠다고 관둔다 말했을  다니던 동료 친구는 “지금 관두고 그렇게 옮겨 다니면 경력은 언제 쌓을래?”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말이 계기가 되어 3개월이 아닌 9개월을 다니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직을 두려워 하는 편은 아니였다.


새로운 곳에 다니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터득하는 것을 좋아했고,  네트워크망이 생겨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즐기기도 했기 때문에, 하지만  친구의 질문으로 그럼  경력은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에서 1, 브랜드디자이너로 1, 이제는 UI/UX 9개월. 애매하고,  애매한 경력이였다.


디자이너의 경력은 보통 1-7년차를 주니어 7년차 부터 시니어 라고 불린다.  이상은 팀장 혹은 리드 이려나? 인하우스에 있으면 경력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고, 에이전시에 다니면 조금  대우를 해준다는 말도 있다. 물론 회사 바이 회사겠지만 나는 디자인을 하면서 기깔나는 프로젝트라던가 멋진 클라이언트에 대한 욕심은 없는 야망 없는 디자이너였다. (물론 멋진 작업을 하면 너무 좋지만! 그것은 별개이지 않나, 내가  산출물에 대한 욕심이니까)


내가 디자이너로서 원하는 것이 경력을 채운 리드인가?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좋은 리드가  자질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코멘트를 해주기에는 아직 두려움이 많고, 그들을 책임지기에는  혼자만도 벅차다그리고 나는 소소한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원한다. 내가 살아가며 중요하게 여기는 몇가지를 지킬 수 있는 삶.


01. 아침에 집에서 커피를 마실  있는 여유

02. 우리집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산책.

03.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제철 음식

04.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순간

05. 배움을 두려워 하지않고 끊임 없이 배우는 것


좋은 리드가 되어도  다섯가지를  지키는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 그건 나의 욕심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직 자그마한 경력으로 리드가 되는 삶을 생각하는게 웃기긴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한다는  자체는 내가 디자인을 지속해서 하겠다는 다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디자인을 하는  자체가 인생의 행복이고, 소비자를 만나게 해주는 접점을 즐기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디자인을 하고 싶다.


소비자를 소비자가 아닌 주체로 바라보아 그들이 나에게 준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나의 행복이 가득한 삶과 일의 밸런스를 잘 지키는 좋은 리드보단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지금의 경력은 남들이 보기에 작은 주니어이다. 어쩌면 내가 직장생활을 지속해서 하지 않는다면 만년 주니어 일것이다. 그럼에도 디자인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 내가 이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어느새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