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름의 끝자락>, <대자보> ,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
***본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인디극장의 이번 프로젝트 '독립영화가 사랑한 배우들'에선 네이버 인디극장이 선정한 독립영화 스타 21인의 단편영화 27편을 볼 수 있다. '출연작들을 통해 빛나는 배우들의 얼굴을 확인하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흥미로운 얼굴들이 처한 기묘하고도 매력적인 표정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중 세 편을 골라보았다. 그리고 고른 얼굴들은 모두 그들 인물이 지어보이는 히스테리를 품고 있었다. 오늘은 써볼 글은 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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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 40min 4 sec / 곽새미
고등학생인 주연(윤금선아)과 그의 소꿉친구 경희(신우희), 그리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자 하는 소영(연지해). 교복을 입은 소녀들의 인연은 그 아버지들의 상황과 엮여 우연한 비극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생존을 위해 주연이 내린 선택에 의해 그 스스로 움켜쥔 운명이 된다. 사랑을 갈구하는 이에게 어떤 사랑은 먹고 마시는 문제와도 같아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손아귀에서 멀어지는 순간 있는 힘껏 몸부림치게 된다. 치열한 여름, 어느 때보다 깊은 땀을 흘리며 몸부림친 주연이 끝내 살아남는다. 그리고 여름의 끝자락, 또 다시 혼자가 된 주연은 살고자 했고, 그래서 살았고, 다시 살아남은 고독을 쥐고 얼굴을 한껏 찌푸려 울어댄다. 그래서 주연의 히스테리는 고독해도 싼가. 이 문장에 완전한 온점을 찍기가 망설여진다. 함께이기 위해 끝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내렸던 주연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대자보 / 24min 56sec / 곽은미
교수의 비리를 밝히고자 하는 학생의 부름에 교수는 고소했으니 출석해서 이에 응하라는 답변으로 응수한다. 영화 <대자보>의 첫 장면. 망연자실하게 자신이 쓴 대자보를 올려다보고 있는 대학생 혜리(윤혜리)의 이야기이다. 제 등록금을 지불하고 다니는 학교에서조차 학생이라는 신분은 그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사지로 내몬다. <대자보>의 흑백영상은 그래서 무력하다. 암만 얼굴을 쥐고 흔들 기세로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민다한들 혜리에게 평소처럼 장난을 치는 친구 민영(이민영)의 몸짓은 그런 혜리 앞에서 쓸모를 잃는다. 자신을 상황을 아직 드러내지 않은 혜리와 그의 세상의 단절은 무력하고 무용하다. 그래서 무지하고 무관심하게 혜리의 얼굴을 훑는다. 혜리는 이내 짜증을 낸다. 화를 내고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내내 불안했던 눈빛이 경계를 거두고 다시 자신이 쓴 대자보를 올려다 본다. 혜리의 불안한 눈으로 시작했던 <대자보>는 진실을 터트린 입이 비로소 웃으며 막을 내리다. 투쟁은, 결국 온전히 혜리의 것이다.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 / 14min 1sec / 이대영
감독이 불쌍한가, 배우가 불쌍한가. 아니면 감독 역할을 맡은 배우가 불쌍한가, 배우 역할을 맡은 감독이 불쌍한가. 컷과 컷 사이, 그리고 '컷'이라 외치는 소리와 '컷'이라 외치는 소리 사이에 서로의 역할로 얽히고 섥힌 비하인드가 자리한다. 이 비하인드를 다룬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은 러닝타임 14분동안 화면과 화면 너머의 긴장감과 결국 화면 바깥을 박차고 나오며 밝혀지는 반전으로 내내 줄다리기를 한다. 역할과 역할의 싸움인지, 현실과 역할의 싸움인지. 그래서 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한 주인공조차 이 상황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주인공일 수 없는 영화. 오프 더 레코드는 영화에서 먼 이야기이거나 영화를 해체시키기보다, 외려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