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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개도리 Jan 18. 2024

영혼의 언어; 음악의 국경을 넘어

- 북한과 남한의 음악을 경험하며-

신은 나에게 많은 것을 선물하셨다. 

강인함, 성실함, 열정, 소중한 일상들 등등....

하지만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서 음악 센스는 하나도 주지 않으셨다. 나는 노래를 엄청 좋아하는데 음치다. 새로운 노래를 배우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노래는 힘들 때나, 슬플 때나, 기쁠 때, 행복할 때나 항상 나의 곁을 지켰다.  




 남한과 북한의 음악에 존재하는 국경 


오랜 세월 폐쇄적인 북한에서의 삶을 떠나 대한민국에서 음악에 존재하는 국경을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고 놀라운 여정이었습니다.


북한의 노래와 남한의 노래!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그 시대와 사회의 환경, 생활을 담아냅니다. 남한과 북한은 한민족이지만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며 자신들만의 가치와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래는 총칼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떠나 어떤 모습이던  강한 메시지를 전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저는 30년 동안 북한에서 살며 노래와 시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슬플 때나 기쁠 때, 힘들 때 언제나 저를 지켜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굽이 굽이 머나먼 길 홀로 걸을 때 
바람 부는 험한령길 나 홀로 넘을 때 
남몰래 살펴준 그 사랑 내미처 몰랐네

말 못 하는 괴로움도 저 먼저 알고
가슴속에 품은 뜻도 헤아려주네
아~내 운명 지켜준 어머니 당이여

- 북한노래 '내 운명 지켜준 어머니 당이여' -


북한의 노래와 남한의 노래는 서로 스타일도 다르고 창법도 다릅니다. 북한 노래는 대중음악으로 북한의 사상교육과 정치적 목적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대중이 불러야기에 부르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편, 남한의 노래는 자유와 개개인의 삶, 사랑, 일상생활 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노래가 공통적으로 지니는 것은 그 특유의 감동력과 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 노래는 보통 1절부터 3절로 되어있고 한 개의 절에 3~4 소절로 일정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1절만 음을 배우면 2, 3절은 가사만 외워 부르면 됩니다. 저는 노래 음을 정말 배우기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가사는 잘 외우는 편입니다. 고향에서도 아는 노래가 많았고 알고 있다 하면 3절까지 다 외워 부르곤 했습니다. 저는 그 환경에 떠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쩍 지났지만 아직도 때 없이 북한노래로 흥얼거립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긴 가사에 긴 음에, 노래가 너무 마음에 와닿고 좋아서 배우려고 하지만, 도저히 끝까지 배울 수 없습니다. 다양한 음악 장르와 긴 가사의 노래는 아무리 많이 듣고 따라 불러도 정말 배우기 어려워 감상하는 즐거움으로 만족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음악을 통해 자유의 세계를 경험하며 저만의 소중한 노래를 찾아가는 여정은 참으로 특별하고 행운으로 느껴집니다. 



 <강남스타일>을 통해 만난 남한의 음악적 자유 


대한민국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지난 어느 날!


저는 가까운 교회 청년들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청년이 <강남스타일>이 유행하는데 엄청 재밌다고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뭐가 재밌다는 거지?" 생각하면서 그냥 유행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 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를 휩쓸며 '싸이'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30년간 북한의 폐쇄적인 환경에서 자란 저로서는 남한의 음악과 문화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이렇게 전 세계가 <강남스타일>에 열광하고 있을까?

왜 이 노래가 세계적인 히트일까?

<강남스타일>이 어떻게 세상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지?


<강남스타일>은 제가 살아온 문화와는 완전히 색다른 음악의 세계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왜 이렇게 <강남스타일>이 사람들을 춤추게 만들고, 열광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볼 수도 없고 부를 수 없는 수정주의 날랄이 바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국에서 자유롭게 표현되는 문화에 적응해 가며 자신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음악들이 저에게 새로운 세계에서 즐거움과 에너지를 보완해 주었습니다. 개그콘서트, 노래, 춤 모든 것이 제가 갇혀있던 틀을 벗어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음악에 맡기며 자유를 즐기는 순간들을 경험합니다.  


<강남스타일>은 새로운 음악 세계에 대한 궁금중의 출발점이었고, 음악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는 곳으로 저를 이끌어주었습니다. 


북한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자유로운 표현과 다양성이 노래에 담겨 자유롭게 퍼져갑니다. 언젠가 고향사람들도 꼭 음악의 국경을 넘어 자유로운 음악의 세계를 경험해 보길 기원해 봅니다.


방탄소년단과 같은 한류스타들의 성공은 대한민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줍니다. 저는 자유롭게 표현되는 음악과 문화의 다양성을 즐기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삶에서 음악이 주는 충격과 감동은 위로와 풍요로움 등 많은 시너지가 되고, 저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큰 의미를 안겨줍니다. 


노래는 무시할 수 없는 마법의 힘을 지니고 있다. 
-루돌프 스테이너(Rudolf Ste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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