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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개도리 Feb 08. 2024

사회주의 경제 이야기

제목은 거창하게 '사회주의 경제 이야기'라고 했지만, 내가 경험한 직장이야기를 통해 사회주의 경제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20대의 내가 일하던 곳에서의 극한 된 이야기다.  나의 이야기가 북한사회 전체를 일반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측면을 통해 북한 사회의 경제가 점점 더 어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금이나 이해하기를 전하고자 한다. 






 사회주의 경제의 특징 


북한은 현재까지 계획 경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계획 경제는 국가가 모든 생산 수단과 자원을 통제하며, 중앙에서 경제 활동을 계획하고 조절하는 사회주의 경제 모델을 의미합니다. 사회주의는 국유화와 계획 경제를 통해 부의 균등한 분배와 사회적인 목표 달성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러한 경제 모델은 자본주의의 시장 경제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인식됩니다. 


사회주의는 인간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구조를 혁신하여 균등과 공평을 추구하는 사상으로 근본적인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차별을 해소하고 모든 개인이 평등하게 혜택을 누리도록 합니다. 이를 위해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전반적인 개입으로 재분배 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없애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사회주의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계층과 가난한 계층 간의 격차를 축소하는 것을 중요시하며 이를 통해 균형 있는 사회를 추구합니다. 이러한 사상은 국가의 강력한 개입과 사회적 재분배를 통해 사회 안정과 공정한 기회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나의 고향  


"고난의 행군시기 마음 곱고 착한 사람은 다 죽고, 여우와 승냥이만 살아남았다."


"맨손 반대운동"


"국가재산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능력만큼 먹는다." 


"걸리지 않고 해 먹는 놈이 똑똑한 거지."


이 말들은 10여 년 전 제가 일하던 직장에서 사람들 속에 재미 삼아 공공연히 하던 이야기입니다. 사회주의 경제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든 더 잘살아야 한다는 생존의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1990년 중반에 휩쓴 '고난의 행군'시기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착하고 정직했던 사람들은 다 죽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은 여우나 승냥이에 비유해 꾀가 많고 악해서 살아남았다고 표현합니다. 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존의식이 강화된 결과로, 착하고 정직한 사람들이 어려움 속에서 희생되었다는 정말 아픈 비애를 담고 있습니다. 


큰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잘 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개인주의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의 물건은 능력껏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현명한 사람이고, 직장에서 무엇이든 가져가야 한다는 "맨손 반대운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사회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개인이기주의가 더 강조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저는 한 가지 잊히지 않는 직장 동료 A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북한의 가정집들에서 전기를 사용하기 어려워진 현상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간부들이 사는 동네라던가, 돈이 많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전기를 '빽'으로 공급받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간혹 마을에 경조사가 있으면 변전소에 조금의 뇌물을 주던가 아니면 '빽'이 있으면 전기를 조금씩 받아 사용하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전기를 잘 사용하지 못함에도 저는 어머니로부터 항상 나라재산을 자신의 것처럼 아껴야 한다며, 낮 전등은 꼭 끄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불 끄는 것이 별거 아닌 거지만 이런 작은 것들을 실천하는 것이 애국자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어머니처럼 실천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느 날,  

제가 직장에서 대낮에 전등을 계속 켜는 A에게 낮인데 왜 전등을 켜냐고, 전기를 아껴야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직장은 생산을 해야기에 전기가 계속 공급이 되었고, 간혹 가다가 정전이 될 때 있습니다.


A는 당당하게 대답하였습니다. 

"집에서도 쓰지 못하는데 직장 나와서라도 실컷 써야지? 국가거지 내 거야 뭐."


저는 아이고 "이나라는 어떻게 될꼬!"라고 그냥 웃으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이 암담했고 나라가 망해가고 있음에 슬펐습니다. 지금도 직장동료 A의 익살스럽고 장난이 많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그가 악하거나 못난 사람이 아닌 한가정의 가장이고, 직장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는 정말 작은 것에 불과합니다.


북한에는 <농장포전은 나의 포전이다!>라는 구호가 있습니다. 

농장포전을 자신의 포전처럼 가꾸라는 표현이지만, 사람들 속에서는 가을철이면 이 구호를 재미 삼아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기 저 농장포전이 내 포전인데, 가지고 가고 싶은 대로 가져가" 

 그렇다고 정말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이런 이야기들이 유행어처럼 돌고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강연회와 정기학습을 통해 매주 사상교육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사상강국, 군사강국이다. 이제 곧 경제강국만 건설하면 우리식 사회주의 완성이다."


이런 교육을 받을 때면 저는 홀로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우리는 잘 살 수 있을까? 정말 경제강국이 될 수 있을까?'


어디서 어떻게 경제가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들이 절약하며 아끼는 것도 아니고, 국가재산을 탕진하기 위해 머리 굴리는 소리고 들리고 있는데......


저는 아픔과 슬픔이 많지만 추억이 깃들어 있고, 나의 가족과 친구들, 이웃들이 살고 있는 나의 고향을 정말 사랑합니다. 


꽃피는 들길만 찾아서 우리 간다면
더 좋은 내일의 행복은 그 언제 안아오랴 
머나먼 길에 시련 많아도 한마음 변함없이 
아~ 내한생 이 땅을 사랑하리


아마도 항상 가까이하던 노래들과 환경, 어머니의 애국심을 바탕으로 성장하였기에 저는 지금도 고향의 가난이 정말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사회주의 이상은 모든 이의 욕구를 균등하게 충족시키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려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사람의 욕망과 욕구가 끝이 없기에 이룰 수 없는 이론에 불가합니다. 생존적인 욕구부터 충족되어 더 높은 단계의 욕구가 충족된다는 매슬로의 5단계 욕구가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욕구가 존재하고 그것을 충족하기에 나의 고향에서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여 가난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부를 나누겠다는 이상에
부합하지 못하고, 결국엔 모두에게 빈곤을 가져온다.
- 밀턴 프리드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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