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시필사
어제는 펑펑 흰눈이 내려 눈부셨고
오늘은 여전히 하얗게 쌓여 눈부시다
뜰에서는 박새 한 마리가
자기가 찍은 발자국의 깊이를
보고있다.
깊이를 보고 있는 박새가
깊이보다 먼저 눈부시다
기다렸다는 듯이 저만치 앞서 가던
박새 한마리 눈위에 붙어 있는
자기의 그림자를 뜯어내어 몸에 붙이고
불쑥 날아오른다 그리고
허공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지워버린다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허공이 눈부시다.
내리는 눈이 눈부시고
쌓인 눈이 눈부시고
박새가 눈부시고
허공이 눈부시고
그렇게
있는그대로
눈부시다.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