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찾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가 나를 정의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규정하는 정보는 많지만 그게 과연 나인가에 대해서는 망설여진다. 예를 들어, 고향이 어디이고 부모님이 누구고 친구가 누구인지는 내가 아니라 내 주변 사람을 파악할 때나 타인과 연결할 때 쓰인다.
어느 대학 나왔고 뭘 전공했고 직장과 하는 일에 관한 사항도 나라고 말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내가 하는 일이 교사라고 내가 교사인가? 그건 특정한 내 역할이지 내가 아니다. 역할로 규정하는 건 책임감을 따질 때 쓰이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외부로부터 나를 정하는 정보에서 답을 찾으면 안된다. 넌 누구다라고 말해주는 정보들은 참 내가 아니다. 그 속에는 온갖 비난의 말들이 있어 나를 깎아내리고 열등감에 시달리게 하는 말들도 많다. 그게 나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나는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나를 살펴보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내 모습이 타인의 판단체계 안에 갇혀 내가 아닌 것을 나로 인식하며 살아왔다.
프랑스 조각가 부르노 카탈라노의 작품이다. 뭐가 느껴지는가?
나를 부르는 외부의 소리에만 신경쓰다보니 내면이 텅 비어버린 상태가 되었다. 내가 누구인지 질문하지 않고 찾으려고 하지 않고 오직 내 책임을 다하면서 돈과 권력을 쫓아다닌 결과이다.
내면에서 찾는다는 말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똑같은 걸 하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별로인 사람이 있으며 아예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취향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걸 중심으로 잘하는 게 생기기 마련이다. 역할과 책임에 의해 형성된 정체성보다 자기를 잘 표현해준다.
MBTI나 에니어그램과 같은 성격유형도 좋은 도구이다. 특히 에니어그램은 좋은 면만 아니라 좋지 않은 면도 말해준다.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모두 말해주기에 자기가 누구인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비폭력대화의 느낌과 욕구도 자기를 아는데 좋은 도구이다. 비폭력대화는 타인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면서 폭력적으로 변하는
인간의 행동을 비폭력적으로 바꾸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를 갖고 있다. 관찰 - 느낌 - 욕구 - 부탁의 순환구조를 통해서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체계이다. 여기서 느낌과 욕구를 알아차리면 온갖 외부의 목소리와 요구로 인해 스트레스 받은 마음을 평온하게 바꾸고 자신으로 돌아가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특히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욕구를 파악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내가 원하는 걸 얻어내려고 하는 무의식적 폭력을 막을 수 있다.
욕구는 자기연결의 한 방법이다. 내면을 살펴 자기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살펴볼 때 우리는 내면과 통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