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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이형 Apr 09. 2016

스트레스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지도


최근 소수의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학생들 용의복장을 엄격히 하라는 요구가 있었다. 2주 전 금요일에 학생회에서 교복을 입지 않는 학생들을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하다가 회장이 나에게 왔다. 그래서 용의복장을 학생이 단속할 수는 없고, 이제는 용의복장 단속은 거의 하지 않는 추세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단속보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개정을 추진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런데도 그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아 임시방편으로 학생규정 중 용의복장에 대한 부분을 뽑아 반에 붙여두었다.


그런데 어제 교장에게 익명의 편지로 교복과 화장을 단속하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내용 중 하교길에 차림새가 중구난방이라고 지적하면서 공동체의식이 무너진다고 표현하였다. 또한 붉은 입술로 앉아 수업을 받는 것을 묵인하는 교사들이라고 언급하면서 클렌징티슈를 들고 다니면서 지도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부장회의에서 생활인권부장인 나에게 이 민원에 대한 답변을 가정통신문으로 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 학교에 온지 1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것을 거부하는 것이 아직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 눈치가 보였고 혼자만 튀다가 잘난체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암말도 못했다.


그 뒤로 이것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머리가 아파 어제는 일찍 잠에 들었다. 오늘 출근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을 해 봤지만 아직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가정통신문보다는 홈페이지에 민원글과 답변을 같이 올리는 방안이 떠오른다. 이게 교장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가정통신문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민원이 있을 때마다 가정통신문을 보내면 학교 구성원 전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치유와 회복' 스트레스 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삶의 온갖 사건들에 대한 경험을 창조하는 힘은 개개인의 내면에 있다." 현재 내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외부 바깥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복장에 관한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는 게 바로 나란 말은 경험을 구성하는 의미를 내가 창조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일단 학생회 아이들의 복장 지도 회의를 보면서 어른들이 갖고 있는 신념을 그 아이들은 재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내면화했기 때문에 자기들은 잘 지키는 규정을 안 지키는 아이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교장에게 편지를 써서 복장 지도를 하라고 요구하는 학부모는 복장이 통일되어야 학생답고 그렇지 않으면 무질서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는 교육에 적합하지 않고 오히려 반교육적이며 비민주적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나의 해석에 반하는 행동을 하라는 요구에 내 신념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요구에 적당히 맞춰 해야 하는가라는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이 내 속에서 갈등하고 있다. 외부의 요구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옳다고 믿는대로 할 것인가?


만일 외부의 요구를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보면 분명 나는 누군가를 비난할 것이다. 내 마음대로 선택을 못하게 막은 것에 대해 불평하며 기회가 되면 공격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내 안의 갈등은 나의 선택에 있음을 안다. 그리고 결국 이 문제는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학부모의 요구와 학생회 아이들의 움직임이 나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것조차도 내가 내면에서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지도에 의하면 스트레스를 이기는 방법은 그 근원이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음을 인식하고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또는 이것을 이겨내기 위해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내려놓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연관되는 두려움, 걱정 등은 모두 내가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내려놓는다는 의미는 도망가려고 하지 않고 온전히 경험하며 바닥까지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두려움의 실체가 보이고 별거 아님을 알게 되어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용기부터 시작하는 긍정적 상태를 시작할 수 있다.


내 두려움은 무엇인가? 부장이라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오는 비난, 이를테면 교장이 왜 시키는대로 하지 않느냐며 날 비난할 것 같은 두려움과 부모와 학생으로부터 생활규정이 맘에 안 든다고 마음대로 그걸 바꾼다면 그게 왜 필요하겠냐며 따질 것 같은 두려움 등이다. 그러면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꼬리표가 붙을 것 같고 내 이미지에 타격을 주어 앞으로 일처리에 힘을 받을 수 없는 것만 같다.


하지만 두려움의 정도는 결국 내가 만들어내는 것임을 알면 내 의식 세계 속에 존재하는 한 부분일 뿐 내 전부는 아닌 것이다. 내가 오히려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내 에너지는 더욱 커질 것이고 상대도 두려움과 분노의 부정적 에너지에서 긍정적 에너지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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