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 놓을 수 없는 끈, 보이지 않는 실
놓는다고 해서 놓아지지 않았다. 놓았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또 붙잡고 있었다. 놓고 싶은 끈은 놓을 수 없고 붙잡고 싶은 실은 보이지 않아 붙잡을 수 없다. 그래도 보이지 않지만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세상 만물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했으니 보이지 않아도 연결되어 있겠지. 놓을 수 없는 것은 놓을 수 없다고만 알고 있으면 된다. 이에 대해 놓으려고 애쓰는 것도 붙잡으려는 것도 무엇 하나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알고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하다.
가끔 연결된 모든 것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온 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과 끝없는 외로움, 답이 없는 현실과 처절한 절망감, 보이지 않는 미래와 불안한 무력감 속 우울의 심연으로 깊게 빠져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상이 나를 버린 것 같은 그런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차근히 주위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이럴 때에 연락할 누군가가 없는가 연락처를 들여다본다. 아무도 없다. 분명 가까운 사람도 있지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럴 때 집에만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스스로를 더 힘들게만 만든다. 더 깊게 빠지기 전에 무언가라도 하며 환기를 시켜줘야 된다. 모자를 대충 눌러 쓰고 산책을 나간다. 집 앞 가로수는 어찌 된 일인지 가지치기가 되어 앙상한 기둥만 남아있다. 하늘을 향해 뻗었던 나뭇가지도 햇살을 머금은 나뭇잎들도 모두 잘려나가고 앙상한 기둥만 남아있다. 스스로의 의지에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 모든 것이 잘려나갔다.
자세히 보니 잘려나간 나무 기둥 사이로 새싹이 보인다. 타의에 의해 모든 것이 잘려나가도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길을 나선다. 가지가 잘리면 잘린 대로 다시 하나둘 뻗어 나간다. 온 세상이 너를 버렸다고 하더라도 너만은 너를 버리지 않았구나.
누군가가 알아차려주지 않아도. 타의에 의해 이루어 놓은 것이 모두 무너져 내려도 스스로가 알아주며 꿋꿋이 나아가는구나.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나와 같은 너가 있었고 너와 같은 내가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