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비 탱고
일주일 중 가장 설레는 금요일 퇴근길.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놓고 여성들만 출입할 수 있다는 헬스클럽에 잠시 다녀온다. 의자에 줄곧 앉아 일하느라 뻣뻣해진 몸을 땀 흘리며 조금씩 풀어준다. 좀더 자주 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마음은 굴뚝 같지만 회사 다니면서 이 시간에라도 오는 게 용하다고 생각하며 돌아온다.
그후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들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반찬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가장 먼저 만들고 산 것들을 그날 저녁에 처리하고 반찬통을 씻어 새로운 반찬들을 담을 준비를 한다.
냉장고 식자재 회전뿐만이 아니다. 화장실 휴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비축해두는 것, 머리 감다 당황하지 않게 샴푸통이 비었는지 확인하는 것, 딸아이와 남편 책상에 먼지가 많이 쌓이지 않도록 정리를 독려하는 것, 딸아이의 여드름이 더 번지지 않도록 베갯잇 교체 주기를 확인하는 것 등.
살림은 결국 ‘항상성 유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았다. 항상 항상성을 유지해놓은 모습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가족 구성원들은 비포 앤 애프터의 차이를 알기가 어렵다. 심지어 결과만 보고 그 과정을 소홀히 여기기 십상이다.
데일리 키친 아트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파스타면, 말린 대추처럼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재료들이 아니면 과일이나 채소, 꽃 등은 신선할 때 바로바로 작업을 마쳐야 한다. 냉장고에 들어 있다고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고 마음을 푹 놓았다가 좋은 기회를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작업 초반에는 열의에 차서 욕심껏 한꺼번에 많은 재료들을 구했지만, 이제는 일주일 작업 분량만큼만 고르려고 노력한다. 가끔은 이 작업에서도 ‘냉장고 파먹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혹시라도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으면 어떤가. 좀 쉬어가면 되지, 하는 여유도 생겼다. 이 시간만큼은 내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