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비아냥거리고 싶은 마음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이내 감탄하기로 했다. 사실 돈이 얼마인 게그리 중요한가. 이런 작업과 노력을 들였다면 당사자를 향한 팬덤도 꽤 강할 거다. 대단하네, 덕질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찾아보니 꽤 있다!
성우분들의 생일 광고판도 있다!!
며칠 후인가, 강남에서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오랜만이라 돌아가며 근황을 나눴다. 나는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방송 이야기는 어디서나 관심을 받는 편이라 친구들의 질문은 좀 더 이어졌다. 나도 적당히 아는 대로 답하는 시간들. 그러다가 난 넷플릭스의 <피지컬100>(이하 '피백') 을 소재로 던지게 되었다. '피백'이 마침 넷플릭스 세계 4위까지 올랐다는 뉴스가 났을 때였다.
지금은 전세계 1위도 찍었다.
그런데 셋 중에 둘의 반응이 애매했다.
'그게 뭔데?'라는 느낌.
대박.'피백'이 뭔지 몰랐던 것이다.
나는 그때 아차 싶었다.
그리고 지하철 역의 생일 축하 광고가 떠올랐다.
이제 콘텐츠는 수많은 취향을 담을 만큼 무수하게 많고, 나뉘어졌으며, 용이하게 유통되고 있다.
그러니까 '피백'이 글로벌 1위를 하든 엄청나게 재밌든 무슨 상관인가. 애초에 관심사 밖의 일일 뿐. 들어본 적도 없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고 보니 '대세’라는 말이 요즘도 잘 쓰이나?
그 시절 대한민국 토요일 저녁 = 무한도전
대세 배우, 이게 요즘 대세…라든지 하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쓰이곤 했다. 이거 모르면 간첩? 같은 문장도.
생각해 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TV든 라디오든 오프라인에서든 전 국민이 다 같이 무언가를 '함께' 향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해왔다(는 걸 지금 새삼 깨달았다). 그것에 덧붙여 '함께' 하지 않는 사람에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여기기도 했고.
그러나 요즘엔?
몇십만 유투버가 이슈가 됐다는데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어떤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는데 사람들은 그 그룹의 멤버가 누군지에 대해 헷갈려한다. 방송국에선 분기마다 신규 프로를 론칭하는데 아무도 모른다.
확실하게 각자 다르게 향유한다. 수많은 선택지와 각기 다른 선택. 그리고 각 분야에서의 발전. 잠깐 유행했던 '문찐'같은 단어도 이제 촌스런 느낌이고.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적고의 차이일 뿐이다.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나 보다.
그래서인지 유투브 웹예능은 조회수를 확보하기 위해 각기 다른 분야의 유투버를 섭외한다.
언젠가 <라디오스타>에서 윤종신 님이 '유행이란 단어도 이제 없어질 것이다'는 멘트를 했었더랬다(정확한 워딩은 가물가물한데 그런 뉘앙스였다. 찾아보려고 해도 회차가 기억이 안 난다). 아닌 게 아니라 2023년은 이미 그런 시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