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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훈 Jun 14. 2021

낡은 경제부총리 폐기하고, 부총리급 생태전환부 설치하자

전환하려면 담대해야 한다!!

며칠 전 이탈리아에 사는 지인이 올린 페북 소식을 통해, 이탈리아에는 생태전환부(Ministero della Transizione Ecologica)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글링해 보았더니 외신은 물론 국내에도 이미 지난 2월 중순경 관련 기사가 여러 건 게시돼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마리오 드라기 신임 총리가 ‘생태 정부’를 표방하며 신설한 생태전환부는, 환경부의 역할과 권한을 약간 높이는 수준이 아니라, 이탈리아를 보다 지속가능한 모델로 바꾸기 위해 생산, 소비 및 생활 방식을 총체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이에 따라 생태전환부는 그 동안 경제개발부와 관련된 주요 기능도 일부 맡게 되었다. 특히 에너지 정책, 수송 배출, 대체 에너지 자원, 지속가능한 개발 정책, 순환 경제 및 관련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모든 활동을 할 예정이라는 것. 여기에 폐기물 관리와 수자원 관리 및 환경 보전 활동과 같은 기존의 환경부가 해왔던 역할도 함께 수행할 것이라 알려졌다. 


이탈리아의 ‘생태전환부(Ministero della Transizione Ecologica)’


로베르토 친골라니(Roberto Cingolan)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


생태전환부 웹사이트(minambiente.it)에 들어가 보니, 이 부처는 크게 3개 부서로 구성돼 있다(이탈리아어를 구글 번역한 것이라 확실하지는 않다). 


제1부서 : 인사, 자연, 영토 및 지중해 부서(DiPENT)

- 자연유산 관리국(PNA)

- 해양 및 해안 관리국(MAC)

- 토양 및 물안전 관리국(SuA)


제2부서 : 혁신, 인력 및 참여 정책 부서(IPP)

- 생태전환 및 녹색투자국(DiTEI)

- 순환경제국(ECi)

- 지속가능한 성장 및 개발품질국(CreSS)


제3부서 : 에너지 관련 총괄 부서(RiA)

- 에너지 및 기후국(DiEC)

- 에너지 공급과 효율성 및 경쟁력국(AECE)

- 에너지 및 지리광물 시스템국(ISSEG)

- 기후와 에너지 및 공기총국(CLEA) 


이 생태전환부의 신설이 유럽연합(EU)의 회복기금(친환경 경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종자돈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을 의식하여 만들어진 것이라 하지만, 드라기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의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놀라운 것은 이 생태전환부 아이디어가 이탈리아에서 처음 시행한 새로운 것이 아니라,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이미 실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스페인의 ‘생태전환과 인구문제 관련 대응부(MITECO)’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 스페인 생태전환과 인구문제 관련 대응부 장관


스페인은 ‘생태전환과 인구문제 관련 대응부(MITECO)’란 다소 길고 생소한 정부 부처가 2020년 생겼다. 이 부처의 약사(위키)를 보자.


- 공공사업교통환경부(1993~1996)

- 환경부(1996~2008)

- 환경농어촌부(2008~2011)

- 농림축산식품부(2011~2016)

- 농림수산식품환경부(2016~2018)

- 생태전환부(2018~2020)

- 생태전환 및 인구문제 관련 대응부(2020~)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2018년까지 스페인 환경부는 농수산부처와 합병, 그 기능을 수행하여 왔다. 2018년 수상이 된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는 생태전환부(Ministry for the Ecological Transition)를 신설하고 테레사 리베라(Teresa Ribera)를 장관으로 임명한다. 이 때부터 그동안 산업 또는 경제 부처에 속해있었던 에너지 정책을 생태전환부에서 총괄하게 된다. 이미 2018년부터 스페인은 생태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산체스 총리는 2020년, 이 부처에 스페인이 처한 다양한 인구(감소 등)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 또한 맡김과 동시에 명칭 또한 ‘생태전환과 인구문제 대응부(MITECO)’로 바꾸고, 리베라 장관을 부총리로 승진시켰다. 


MITECO는 크게 다음과 같은 4개 국으로 구성돼 있다.


1. 에너지국

2. 환경국(물/기후변화/환경평가/해양보전/생물다양성 등)

3. 인구문제 대응국 

4. 생태전환국 


프랑스의 ‘생태전환부(Ministère de la Transition écologique)’

프랑스 생태전환부의 바르바하 폼필리(Barbara Pompili) 장관


프랑스의 생태전환부(Ministère de la Transition écologique)는 2020년에 생겼지만 사실상 2017년에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스페인보다 1년 앞선 시기다. 아래 연혁(위키)을 보자. 


- 1971 : 자연과 환경보호부

- 2007 : 생태 및 지속가능한 개발부

- 2012 : 환경, 지속가능한개발 및 에너지부

- 2016 : 환경, 에너지와 해양부

- 2017 : 생태전환연대부

- 2020 : 생태전환부


위 연혁에서 보듯 프랑스는 이미 2017년에 생태전환연대부를 창설, 담대한 전환에 돌입했다. 1971년 환경부로 창설된 이 부처는 2007년에 지속가능한 개발이 추가되었고 2012년에는 에너지부도 추가되었다. 2017년에 이르러 생태전환연대부로 바뀌었으며, 2020년에는 생태전환부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다.


생태전환부(ecologie.gouv.fr)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아래처럼 그 조직과 기능이 국가의 환경정책 뿐만 아니라 항공, 도로, 철도 및 해상 운송 등 교통정책과 에너지 정책은 물론, 심지어 주택 정책까지 담당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상 여러 부처를 총괄 조정하는 부총리급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일반위원회(CGDD)

- 계획, 주택과 자연총국(DGALN)

- 위험예방 총국(DGPR)

- 민간항공 총국(DGAC)

- 에너지 및 기후총국(DGEC)

- 사회기반시설, 운송과 바다 총국(DGITM)


스위스의 ‘연방 환경, 교통, 에너지 및 통신부(DETEC)’


시모네타 소마루가(simonetta sommaruga) 스위스 연방 환경 교통 에너지 통신부 장관


스위스는 앞의 두 나라 보다 훨씬 앞선다. 스위스의 연방 환경, 교통, 에너지 및 통신부 DETEC 웹사이트  (www.uvek.admin.ch/uvek/en/home.html)에 접속, 산하 조직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7개 부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연방 교통국(FOT) : 연방 철도망 개발 및 연방 차원의 대중교통 담당

- 연방 민간 항공국(FOCA) : 민간 항공 규제

- 연방 에너지국(SFOE) : 연방 차원의 전기 에너지 공급과 댐 감독 담당

- 연방 도로국(FEDRO) : 국도 네트워크의 건설, 유지 및 운영 담당

- 연방 통신국(OFCOM) : 라디오 및 TV 방송, 특히 Swiss Broadcasting Corporation 규제 

- 연방 환경국(FOEN) : 동식물 보호, 소음, 대기오염, 자연재해 포함한 환경 문제 담당

- 연방 공간개발국(ARE) : 연방 기관, 주 및 지방정부 간의 지역 계획을 조정


말 그대로 환경 분야 뿐 만 아니라 교통·항공·통신·도로 관리는 물론 에너지와 공간개발과 관련한 조정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부총리급 장관인 셈이다. 이 것이 98년 이후부터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 놀랍다. 


이상을 통해, 이탈리아의 생태전환부 신설은 이웃 나라인 스페인과 프랑스의 생태전환부를 벤치마킹한 것이며 두 나라 보다 훨씬 앞선 스위스의 DETEC 사례를 참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담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그건 선언이나 특정한 시기, 특정한 정책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제도와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우리도 낡은 경제부총리 제도를 폐지하고 부총리급의 생태전환부를 설치하자. 더 나아가 국가 정책 패러다임을 GDP에서 국민총행복으로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통령 직속의 행복전환(국민총행복)위원회도 신설하자. 전환하려면 담대해야 한다. 


왜 스위스가 북유럽국가들과 함께 매년 발간되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계속 행복국가 상위(2020년, 21년 핀란드 덴마크에 이어 연속 3위)에 랭크되는 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내년 대선에 이런 담대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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