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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훈 Jul 31. 2021

은메달이 행복할까? 동메달이 행복할까?

한국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금메달을 딴 선수만 영웅이 되는 나라(였)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딴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며 울먹이기까지 했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이 확정된 한국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관중석을 향해 사죄의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가 아깝게 져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따면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게 당연한 나라. 유난히 금메달에 대한 집착이 강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경향은 지금도 여전하다. 오죽하면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자조가 코미디 프로에까지 등장했었을까? 무한경쟁 사회를 상징하는 이 일등주의 풍토가 국제 스포츠 경기대회에도 그대로 투영된 단면이다.


반면 다른 나라 선수들은 동메달만 따도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오히려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감격해 하고 행복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비교하면 질투가 유발되고 불행해진다는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바로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은메달을 딴 선수보다 행복하다”(Victoria Medvec)는 연구 결과다. 2등이 아니라 3등을 한 선수가 더 행복하다고? 성취 결과만 보면 2등을 한 선수가 3등한 이보다 더 즐거워야 당연할 터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은메달을 딴 선수는 금메달을 딴 선수와 ‘비교’하며 아쉬워하지만, 동메달을 딴 선수는 메달을 따지도 못한 선수와 ‘비교’하며 메달 권에 들었다는 생각에 기뻐한다는 것. 이는 성적이나 성취에 의해 만족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는 조사결과다.


비교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신보다 뛰어난 이들과 비교하며 자극받아 더 노력하고 분발하게 되어 더 나은 성취를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비교 대상을 주변과 상향에만 늘 맞추게 되면 시기와 질투를 낳고 불행을 초래하기 쉽다.


자신의 외모를 (자신보다 잘난) 남과 비교하고 내 자식(남편과 아내)과 남의 자식(남편과 아내)을 비교하며, 내 집과 남의 집을 비교하고 내 차와 남의 차를 비교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것은 한국에만 통용되는 말이 아니라 지구촌 보편의 진리다. 미국에도 “행복한 남자는 아내의 여동생 남편보다 100달러 더 버는 남자”라는 속담이 있다.  


비교는 질투를 낳고 질투는 증오를 낳으며 불행으로 귀결된다. 행복하려면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사는 게 좋다. 비교하더라도 세로로 비교하지 말고 가로로 비교하라. 과거와 비교하고 자신보다 못한 하향비교가 행복의 지름길이다.


#뱀발 :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쐈다. 짧은 머리(숏 컷)라는 이유로 온라인상에서 혐오 공격을 받고 있는 그녀... 질투에 눈이 먼 그들의 편견을 금화살로 통쾌하게 뚫어 버리길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안 선수는 져버리지 않았다. 만일 안 선수가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땄다면 더 열심히 격려하고 응원했을 것이다. 고개 숙이지 말라고! 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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