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광고바닥에서 15년 넘게 광고콘티를 그려왔고
지금은 아이디어스를 기반으로 캐리커쳐를 그리고 있어요.
어느날
아빠의 칠순잔치를 준비하던 한 따님이
부모님의 캐리커쳐를 주문하셨어요.
부모님이 웨딩 드레스를 입고
리마인드 웨딩하는 느낌으로 그려 달라고 했습니다.
드레스를 입고 앉아계신 두분의 머리 위에는
따님을 상징하는 아기천사가 있고,
아빠가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
I met an angel.을 문구로 적어 달라고 하셨어요.
그녀의 주문은 정말 까다로웠어요.
연필로 스케치를 마친 그림을 보여드렸더니
엄마 볼살 좀 더 찌우고 턱은 L자로 살짝 각을 주고
인중을 좀 더 길게하고 아빠 목은 좀 더 보아게 해주시고
엄마 미간은 좁게, 아빠 미간은 넓게~~등등등
기분좋게 몇번의 수정은 했는데
계속 고쳐달라해서 고치다 보니
내가 원래 그리는 그림의 톤이 사라지고
어정쩡한게 그림을 그리는 재미도 뚝 사라져버렸어요.
그래서 미안하지만 그림을 못그리겠다고 했더니,
제 그림체가 너무 따뜻하고 예뻐서 의뢰한거니
이제 수정해달라고 안할테니
그냥 그려달라셨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빠가 암치료중이라 내년 생신땐 어떻게 될지 몰라
그림으로 의미있는 선물을 해 드릴려고 의뢰한거라 하십니다ㅜ
아
부모님이 암치료중이시라니..
저의 엄마도 바로 제작년 말에 위암 4기 판정 받으시고
위 절제 수술하시고 항암치료도 받으셨죠.
근 2년이 지난 지금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게십니다.
의뢰자분께 요즘 의료기술 아주 좋아졌으니
희망을 갖고 부모님께 잘 해드리라고 격려를 드렸어요.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림이죠.
아버님이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렸어요.
The luckiest man said
" I met an angel."
그림을 받고 칠순 잔치후 사진을 보내 오셨어요.
그림을 개봉하는 순간, 아버님은 너무 아름다움에 깜짝 놀라고
어머님은 보자마자 눈물이 터지셨다 합니다.
더 나이들어서도 두 분이 이렇게 살면 좋겠다 하셨답니다.
아버님의 건강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프신 어머님 그리고 아버님.
치료 잘 받으셔서
다시 건강 회복하시고
행복하게 잘 사셨음 좋겠어요.
가장 lucky 한 아버님.
천사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을 만나셨으니까요.
(어머님이랑 따님)
다음 팔순때도
그림 외뢰하러 오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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