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주부 Jun 28. 2020

풀잎스쿨 퍼실 회고

데이터과학 수학 풀잎스쿨 "낯선수학"

Photo by Ann Savchenko on Unsplash


“낯선수학” 풀잎스쿨이 끝났습니다.(사실 3개월 전에 끝났습니다ㅋ) “낯선수학”은 데이터사이언스에 필요한 선형대수, 미적분/최적화, 확률론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모두의연구소에서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11주차에 걸쳐 진행했고, 아홉 명이 참여하여 여섯 분이 수료했습니다. 


두 가지 마음으로 개설한 풀잎스쿨이었습니다. 수학을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 풀잎스쿨에 구성원 아닌 퍼실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 개인적으로 공부를 더욱 깊게 하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다른 구성원 분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었습니다. 


퍼실로서,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즐겁게 수학 공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0기 OT에서 얻은 세 가지 키워드 - 안전지대, 커뮤니케이션, 몰입 - 을 ‘낯선수학’ 풀잎스쿨에 구현해봤습니다. 다음은 그 과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풀잎스쿨의 대전제 “안전지대”


풀잎스쿨 구성원은 플립러닝, 하브루타 등 색다른 방식으로 학습합니다. 한 사람이 강의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서로 논의하며 진행할 때가 많습니다. 서로 묻고 답하고, 지적하고 재설명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구성원이 그 과정에서 “안전”한 느낌을 받지 못하면, 구성원은 적극적으로 배우기를 주저하고, 나아가 그룹에서 이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껏 배우기 전, 마음껏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만드려고 했습니다. 첫 단추는 “자기소개”였습니다. 구성원들은 OT 때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데이터사이언스를 배워본 적이 있는지(혹은 왜 관심이 있는지), 수학을 왜 배우고 싶은 지, 서로 묻고 답했습니다.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구성원이 누구인지 왜 낯선수학 풀잎스쿨에 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적어도 저는) 발제를 할 때나 들을 때나, 질문을 할 때나 답변을 할 때나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순간도 있습니다. 퍼실로서 구성원의 오개념을 바로 잡거나, 추가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끼어든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 발제자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잘못된 관점 혹은 방식을 안전하게 바로 잡기 위해서는, 어떤 안전 장치가 필요한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구성원과 자주 커뮤니케이션했습니다. 풀잎스쿨 시작 전 모든 구성원에게 “낯선수학” 풀잎스쿨 과정과 OT 일정에 관하여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은 퍼실과 구성원이 처음으로 유대를 쌓는 자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구성원이 풀잎스쿨이 처음이라면, 메일을 받고 긴장 및 걱정을 덜어내기를 기대했습니다. 


또한, 모임 전/후 공지를 자주 했습니다. 풀잎스쿨 특성상, 개인이 대부분 스스로 학습해야 합니다. 바쁘다 보면 풀잎스쿨 공부는 후순위가 되어, 사전학습을 하지 않거나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임 하루 이틀 전 공지하여 미리 학습을 하지 않은 구성원도 사전학습을 하도록 독려했습니다. 그리고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도 학습 템포를 늦추지 않도록, 이번 주 모임 때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다음 주 모임 때는 무엇을 할지 말씀드렸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자주 공지를 하다 보니, 슬랙 채널이 공지 채널이 되어서 구성원들 간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적었다는 점은 지금도 아쉽습니다.




Ability - Difficulty Fit


스타트업이 제품과 시장의 핏을 찾듯, 저는 구성원의 실력과 풀잎스쿨 난이도의 핏을 찾았습니다. 구성원의 실력과 과제의 난이도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질 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풀잎스쿨을 기획했을 때는 주교재(개념, 소스코드), 부교재(시각 자료)의 거의 모든 내용을 다루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풀잎스쿨을 진행하다 보니 생각보다 공부량이 많아 구성원이 인지 부하를 느낄 수 있다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일부 챕터의 코드 구현 과정을 생략하고, 부교재도 필요한 부분만 사전 학습할 수 있도록 발췌하여 공유했습니다.


또한, 어려운 개념을 마주했을 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3B1B의 시각 자료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저 또한 비전공자로서 선형대수의 행렬식, 랭크, 고윳값분해 등의 개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각 개념의 정의/성질을 깊게 이해하기에 앞서, 각 개념이 시각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는” 과정은, 저로 하여금 개념과 쉽게 친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낯선수학 풀잎스쿨 때도 같은 방식을 접목하여 구성원이 어려워할 때마다 시각 자료를 건네줬습니다.


이처럼 구성원 분들이 공부 분량이 많아 힘들어하니 분량을 줄여 난이도를 낮췄고, 아직 개념을 잘 알지 못해 어려워하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임시적으로 실력을 높였습니다. 그 결과 구성원이 더욱 수월하게 풀잎스쿨 과정을 따라올 수 있었습니다. 








많이 배운 풀잎스쿨이었습니다. 우선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첫 퍼실인데도 잘 따라와 준 여섯 분들이 지금도 고맙습니다. (물론 발제 부탁을 피할 때는 야속하기도 했지만ㅋ) 


또한, 다양한 학습 방식을 고민하고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낯선수학 경험 덕분에, 다음 풀잎스쿨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고민들은 기초 통계 풀잎스쿨 ‘느린 통계학’에 접목해 볼 예정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풀잎스쿨 수학 스터디 "낯선 수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