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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주부 Jul 05. 2020

일상 속에서 통계를 활용하려면?

- 느린 통계학 풀잎스쿨 운영계획

Photo by Barn Images on Unsplash



“느린 통계학”은 통계를 활용하는 힘을 기르는 풀잎스쿨입니다. ‘천천히 배울수록 천천히 잊는다.’라는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느리다”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낯선수학” 풀잎스쿨이 데이터 과학에 필요한 수학에 빠르게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면, “느린 통계학” 풀잎스쿨은 기초 통계에 천천히 다가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목’ 말고도 달라진 점은 또 있습니다. 학습 방식을 “개념 이해”, “발제자”(퍼실) 중심에서 “문제 풀이”, “피어 러닝” 중심으로 바꾸었습니다. 발제자 중심 방식은, 풀잎스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퍼실은 발제 일정만 잘 정하고 조율한다면 큰 무리 없이 풀잎스쿨을 운영할 수 있고, 구성원은 노력만 한다면 스스로 배운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하면서 해당 개념을 깊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문제 풀이”, “피어 러닝”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학습 경험을 더욱 개선하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저는 풀잎스쿨 11주 동안 구성원이 많이 배우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발제” 아닌 또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새로운 방식을 찾아봤습니다. 다음은 “문제 풀이”, “피어 러닝” 방식이 기초 통계 학습에 유효한 이유입니다. 




인출(retrieval) - 활용 가능한 통계를 위한 방법


“문제 풀이”는 지식을 “인출”하도록 합니다. 인출이란, 은행에서 돈을 꺼내듯, 머릿속에서 알고 있는 지식을 꺼내는 행위를 뜻합니다. 


수영을 예로 들어볼까요? 수영을 어느 정도 배우다 보면 접영(나비가 날듯 팔을 움직이는 영법)을 배웁니다. 처음부터 곧바로 물에 들어가 접영을 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수영 강사의 말을 듣고 동작을 보면서 접영이 무엇인지 이해합니다. 그리고 강사의 동작에 따라, 물 밖에서 설렁설렁 팔을 휘젓고 발을 차보기도 합니다. 그다음, 물속에 들어가 리듬에 따라 팔을 휘젓고 물을 발로 차면서 접영을 익힙니다. “인출”은 이처럼 ‘접영을 실제로 해보는 과정’에 속합니다. 



“인출”을 느린 통계학 풀잎스쿨에 접목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개념 이해”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낯선수학 풀잎스쿨에 참여하면서 지식 전달 방식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데이터 과학을 위한 수학은 배웠지만, 실제로 업무에 활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떤 개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Photo by ThisisEngineering RAEng on Unsplash





다른 이유는 “문제 풀이”(인출)이 학습에 중요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인지과학을 통계 학습 가이드에 접목한 논문 “Applying Cognitive Theory to Statistics Instruction”, 책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그리고 느린 통계학에서 활용할 교재 “Statistics for the Behavioral Sciences”들은 모두 문제 풀이(인출)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학습자는 문제를 풀면서 개념을 오래 기억할 수 있고(인출), 답을 맞히면서 스스로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객관화) 


그래서 느린 통계학 풀잎스쿨은, 모임 시간(약 2시간)의 절반을 문제 풀이에 할애하려고 합니다. 주교재의 다양하고 많은 문제(약 20~30)를 풀면서 수학 개념들을 다양한 상황에 직접 적용해보는 거죠. 그 과정에서 다른 강의/교재에서는 얻을 수 없는 “쓰는 근육”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로를 통해 배운다. "피어 러닝"


“피어 러닝”은 ‘함께’, ‘서로’ 배우는 학습 방식입니다. 구성원이 서로 설명하고 피드백을 주면서, 묻고 답하면서 배우는 것이죠. “발제”는 소수의 발제자가 학습과 분위기를 주도하지만, “피어 러닝”은 더욱 많은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여지가 있습니다.


느린 통계학의 구성원은 문제 풀이를 한 다음,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번 주에 어떤 개념을 배웠는지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하고, 서로 묻고 답하는 것이죠. 발제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구성원은 더욱 많은 시간 동안 각자의 배움을 말하고 들을 수 있습니다. 




Photo by kate-kalvach on Unsplash




그 과정에서 구성원은 세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많이 말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는 인출의 또 다른 방법입니다. 구성원은 말하는 과정에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통계 지식을 한번 더 떠올려볼 수 있고, 모호한 개념을 더욱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피드백을 자주, 다양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혼자 배우다 보면 잘못 이해할 때가 있습니다. 오개념은 혼자서, 듣기만 하면서 공부할 때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피어 러닝은, 구성원이 스스로 혹은 다른 구성원의 도움을 받아 오개념을 깨닫고 고칠 수 있도록 합니다. 


셋째, “관점”, “태도” 등 비인지적 영역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다른 구성원이 어떻게 통계를 배우는지, 문제에 접근하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처럼 피어 러닝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영역 너머,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영역까지 간접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The goal of this book is not only to teach the methods of statistics, but also to convey the basic principles of objectivity and logic that are essential for science and valuable for decision making in everyday life.” - Gravetter & WaLLnau (Statistics for Behavioral Science 저자)


저자가 말하는 “the basic principles of objectivity and logic”까지는 아니더라도, 느린 통계학에서 함께 배운 분들이 통계와 더욱 친해지기를, 일상 속에서 더욱 자주 활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해요 :) 


https://home.modulabs.co.kr/product/%eb%8a%90%eb%a6%b0-%ed%86%b5%ea%b3%84%ed%95%99-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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