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뭐라고요? 제가 작가요? 내가 뭐라고?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서 즐거운 석식시간을 누리고 있던 시간이었다. 식탁 위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으면 아니되는 Z세대의 유전자와 함께 구에서 잘 나오는 편에 속한 우리 학교의 밥을 먹으며 뉴스, 전자책, 인스타 등등을 훑는 중이었다. 읽을 거리가 마땅치 않던 나는 급기야 스팸만이 한가득 쌓여있을 것이 뻔한 메일함을 열어보는데 이르렀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급식실-점·석식 시간의 고등학생들은 야생의 멧돼지떼를 방불케한다-에서 메일함 맨 위 눈을 의심케하는 놀라운 문구를 보고, 나는 잠시 숨을 멈추었다.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중1 때부터 도전해온 브런치 작가의 합격은 번번히 낙방의 고배를 들이켰던 추억이었다. 중3 때부터 단념하고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일기나 쓰던 나날이 불과 저번주 까지의 내 상태였다. 옛 일기를 들춰보다 생각이 나 기대 없이 다시 해 본 신청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허나 잠깐 마음을 가득 채웠던 놀람과 기쁨은 이내 의아함에게 온 자리를 내주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지천에 깔렸고 그들중 적지 않은 수가 미역국만 먹는 신세를 금치 않는 실정인데, 시궁창내 나는 자조의 일기나 끄적여오고,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나만의 언어에 갇힌 자폐의 독후감이나 쓸 줄 아는 내게, 이렇게 큰 지면-개개인의 똥구멍 같이 아무도 관심없는 일기장 보단야 굉장히 크다- 을 할애해주다니.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난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짐짓 무엇이라도 된 것처럼 으스댈 수 없었다.
문학소년치고 맞춤법을 어려워하는 내게 누군가 되/돼를 구분하는 쉬운 방법을 알려주었었다. "되"는 "하"로, "돼"는 "해"로 대치해 구분하는 게 그것이다. 결국 어떤게 "되"려면, 어떤 걸 "하"면 될 것이다. 무엇이 "돼"볼까 하면, 무엇을 "해"봐야할 것이다.
나는 분명히 뭣도 안되는 범계의 고등학생에 불과하다. 그러나 내가 글을 사랑하고 가슴속에 당대의 문장가가 되겠다는 우스꽝스러운 꿈을 품은 것은 사실이다. 비록 내가 작가에 걸맞는 인간이라고는 생각 하지 않지만, 그냥 받아들이고 써보기로 결심한다. 되기 위해서 일단 해보려고 한다.
별 건 아니지만 어쨌든 브런치에서 "작가"로 합격하여 많이 기쁘다. 이 기쁨을 내 첫 문학메이트가 되어줬던 아빠에게, 내 독서 감상문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주었던 중3 국어선생님께, 아들이 무슨 엄한짓을 하더라도 조용히 관심가져주신 엄마에게, 자기네가 더 대단하면서 나에게 대단하다고 꾸준히 치켜세워주는 친구들, 내 글을 좋아해주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꾸준히 읽어주시던 블로그 이웃분들, 그리고 삭막한 k-고딩의 삶에서 날 가슴뛰게 해준 진희, 네흘류도프, 래리, 닉 캐러웨이와 개츠비, 홀든 콜필드, 프랭크, 샐 파라다이스와 딘 모리아티, 그리고 일인칭 속 수많은 '나'들, 이들에게 모두 돌린다. 내 글을 읽게 될 새로운 독자인 브런치 이용자 여러분에게도 미리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