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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ubless Nov 13. 2022

짭조름한 비행 이야기

08. 비행을 여행처럼, 자카르타(CGK)

  

  비행이 늘 달콤하지만은 않다. 때론 땀방울처럼 혹은 눈물처럼 짠내가 나는 건 부지기수이다. 늘 누구나 다 가고 싶어 하는 예쁜 도시에 가서 여행처럼 보내다 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취항하지 않는 나라를 세는 것이 빠를 것 같은 우리 항공사의 경우, 내가 돈을 주고는 여행가지 않을 곳뿐만 아니라 누군가 돈을 준다 해도 가지 않을 위험한 나라까지 각양각색이다. 오늘의 비행은 짜다 못해 쓰기까지 했던 것 같다.


  나라에 국한 짓고 싶진 않지만 때론 비행을 가는 나라의 경제상황, 교육 일반화 시스템 구축 정도에 따라 서비스 우선순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비행 가기 전, 승무원들은 출근 카드를 찍으면 뜨는 팝업 창에 쓰인 숫자를 보고 브리핑룸(briefing room)에 가서 당일 비행에 관련된 정보들을 함께 비행할 동료들과 교환하는 시간을 짧게 가진다.


  오늘 떠날 비행지 출신이라는 사무장은 오늘 비행에 관해 특별히 당부할 게 있다고 했다. 내용인 즉, 음료수 한 잔을 더 권하는 것보다 클리닝(cleaning)에 집중하라!! 그 이유는 대부분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울뿐더러 화장실의 물 내림(flush) 버튼 누르기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어 캐빈과 화장실은 금방 난장판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교사 시절, 아가들 용변으로 단련되었건만 어른 용변은 여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넘사벽이다)


  유독 힘들었던 오늘은 비행 내내 날 기다려주는 법이 없었다. "미스!! 미스!!" 외쳐대는 호칭 속에 조그만 지갑조차 내게 부탁해서 올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으며, 산 무더기처럼 쓰레기를 주고도 두 손으로 담지 못해 떨어지고 있는 쓰레기에 위에 너도나도 몰려와 더 얹어주는 승객들. 화장실에서 용변을 닦은 화장지들을 산처럼 세면대 위에 올려두고 나오는 승객을 다섯 명째 상대해 갈 무렵, 속이 상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내 감정이 바깥으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날 위한 공기 한 모금이 필요해졌다.*점프싯(Jump seat)에 앉았다. 생각했다. 내가 속이 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하다고 느끼는 시점이나 행동에 있어서 내가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가? 짧은 시간 동안 꼬리에 꼬릴 무는 질문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며 깨달았다.


  내가 속상하고 화나는 이유는 그들이 무례하다고 느껴서였다. 그리고 이내 번뜩 떠올랐다. 그들은 내게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까?? 덧붙여 주님 섬기듯 비행하겠다고 다짐했으면서 순간적으로 나 또한 그들로부터 존중받길 기대했던 건 아니었을까??


  내가 무엇이 매너이고 공중도덕인지 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 기준에 입각해 그들에게 무례함이란 단어를 사할 지위에 있는 건 아니었다. 앎이, 무지함이 권위를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손가락을 겨눌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그들 나름의 방법으로 최대한  존중했었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쓰레기 더미를 쌓아준 게 날 한 번 덜 움직이게 하려고 한 의도였다던가… 나름대로 그들의 배려였을 거라고 생각하고 짜맞춰 본다. 그들이 나를 존중을 했건, 그들만의 예의 혹은 문화였던 간에 그들의 ‘무례함에서 시작된 꼬리 질문으로부터 나의 ‘부족함 보게 된다. 아직 갈길이 멀었구나를 느끼며   사랑과 관용, 포용이 길러져야겠구나 반성하는 밤이다.


- 2016년 어느 날 CGK 비행으로부터。





* 본 글에서 등장하는 도시는 단순히 당일 비행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일 뿐 그 나라나 도시, 사람들을 대표하거나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공지합니다.


*점프싯(Jump seat) : 비행기 출구 앞, 승무원이 앉는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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