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룰루 여행기 첫 번째
오늘도 기상은 어김없이 3시 30분이었다. 울룰루에 온 지 어느덧 4일차. 오늘은 시드니로 다시 돌아가는 날이다.
울룰루에 온 이후로 매일 3시 30분에 기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지금 호주는 여름이고, 이건 다른 말로 일찍 해가 뜨고 늦게 해가 지는 시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중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하나의 커다란 바위, 울룰루는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여름에는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해서 해가 가장 뜨거운 오후에는 트래킹 자체가 금지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투어 프로그램이 선라이즈와 선셋 시간에 맞춰져 있고 덕분에 의도치 않게 매일매일을 가장 부지런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어떤 날에는 3시 30분에 일어나 잠이 덜 깬 상태로 겨우 옷을 꿰어 입고 4시 30분 픽업 버스에 몸을 실어 일출을 감상한 후 3시간짜리 오전 트래킹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도 11시가 채 안되었다. 그런데 또 해는 늦게 지니까, 별 보기 투어라도 다녀온 날에는 일정을 다 끝내고 나면 이미 시계가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어서 정말이지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마지막으로 일출을 본 게 언제였더라 하고 잠시 시간이 걸리는 걸 보면 아무튼 오래 전인 것만은 확실하다. 선셋 즈음에 분 단위, 아니 거의 초 단위로 변하는 하늘 보는 것을 좋아해서 일몰 시간에 맞춰 일부러 시드니 근처에 있는 비치를 찾기도 하는데 일출은 그보다 조금 더 천천히 시간을 들여 조용히 고개를 드는 느낌이었다. 리조트 앞에서 오전 4시 30분에 오는 픽업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아직 밤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방이 깜깜하고 하늘에는 달과 별이 또렷하게 빛나고 있는데 일출 장소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있으면 어느덧 지평선 위부터 서서히 붉은색이 올라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한쪽 하늘에는 여전히 달이 떠있는데 말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일출과 일몰은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붉은색이 점차 밝은 오렌지 색으로 바뀌고 칠흙같던 하늘도 천천히 푸른빛을 띠기 시작하면 마침내 해가 빼꼼하고 고개를 내민다. 일정을 짜면서 조금 빡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역시 백 번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또 이렇게 근사한 풍경을 배경으로 일출을 볼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 날인 오늘도 기어이 3시 30분에 일어난 이유는 기대하고 있던 일출 낙타 투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낙타를 처음 타본 것은 모로코에서 사하라 사막을 여행할 때였는데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푹푹 빠지는 모래 때문에 사막에서는 정말이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게 힘들었다. 목적지가 바로 눈앞에 있더라도 걸어서 그곳에 닿는다는 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그렇게 힘겨운 발걸음 후에 낙타에 올라탔는데 낙타는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모래 언덕을 그야말로 저벅저벅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의 경험이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울룰루에 함께 간 가족들에게 낙타 투어는 꼭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비록 울룰루는 우리가 흔히 사막하면 떠올리는 높은 모래 언덕과 고운 모래가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느긋하게 자기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낙타 위에서 울룰루의 일출을 본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키가 2미터에 가까워서 평소보다 높은 위치에서 시야를 확보해주는 건 물론 투어 시간 내내 바라보게 되는 낙타의 뒤통수는.. 뭐랄까 일단 무척 귀여웠다.
울룰루 공항은 소도시의 버스 터미널을 연상시킬 정도로 작고 아담했다. 딜레이 된 비행기를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사막의 풍경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사막에서 보내는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지만 미루던 일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비행기 딜레이는 어쩌면 조금 긍정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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