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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May 22. 2022

가슴이 울렁거린다는 게 이런 걸까

호우시절 (허진호 감독, 정우성, 고원원 주연)

인정한다.

주연배우를 보고 선택했다. 이번 영화는,

정우성, 고원원 포스터를 보고, 나는 내용도 알지 못하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 멜로 좋아했지? 하며 영화 감상에 들어간다.

혹 할 수 밖에 없는 호우시절의 포스터


허진호 감독님의 영화를 나는 참 좋아한다.

잔잔한 사랑이야기를 정말 잔잔하게 잘 풀어내는 그 분의 이지만 이번에는 특별 그 분의 능력에 감동 했다.


쓰촨 메이뉘 하며, 인사하는 장면에서 나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나도 사천 지진을 겪고, 급하게 귀국한 적이 있는 사천 유학생이었다.

사실, 호우시절이 사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 줄 알았다면 진작봤을 텐데,

모르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답고 예쁜 영화를 사천에서 찍었다는 게 사천의 추억이 가득한 나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중국어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동하와 메이는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그 둘의 미국 추억이 그 둘의 머릿속에 가득하고, 

우리는 단지 그 둘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추억을 추측할 뿐이다.


호우시절,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단숨에 그 둘 사에 미묘한 감정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그 미묘한 감정이, 사랑이 결국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영화의 장면 장면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는 건,

두 주연배우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와 분위기, 장면이 내게 너무도 와닿았기 때문이다.

보면서도 심장을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그 둘의 시간의 흐름이 내겐 너무 긴장되고 아쉽고 안타깝고,

자꾸 감정 이입하게 되었다.

호우시절 내의 두 배우/ 미모가 열일하는 고원원 으로 인해 정신 못차리고 있었다.

어떻게 헤어지니, 어떻게 떨어지니

사랑한다 해, 좋아한다 해, 사귀자 해, 한국 가서도 바로 돌아오라 해. 두 번 다시 엇갈리지 마,

하며 영화를 보는 내내 훈수를 두었다. 나 혼자.


3박 4일의 짧은 일정 안에서 그 둘만이 알 수 있는 추억을 나누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배웅을 하려는 찰나, 그 둘은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움켜쥔 채로 마음을 나누다.


말 못한 사랑이야기를 손으로 눈빛으로 전달하는 두 배우

급작스레 이루어진 동하의 일정 변경을 기점으로 영화는 절정에 치닫는다.

손의 쥠 그것만으로 그 둘의 감정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나는 놀랄 일이었다.


좀 더 조급해진 그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흐뭇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인해

동하도 나도 실망을 금치 못했다.

나도 모르게 '흐엑' 하며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나로서는 깜짝 놀라고, 또 이게 뭐지 싶었다.

실망하는 동하 (정우성)을 보자니 적잖이 마음이 아팠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서도 힘이 있다고 해야 할까,

 막바지에서 서성이는 동하의 장면까지, 나는 그게 그렇게 예뻤다.

되려 우리에게 눈도장을 찍어, 이렇게 되었습니다! 하는 보고 형식의 마무리보다

이렇게 여운이 남는 마무리를 나는 참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가 그랬다.

오랜 오래간만에 아주 가슴 울렁거리는 예쁜 영화를 감상한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내 기준에서 가장 예쁘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멜로 영화라고 추천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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