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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래하는얼룩말 Jan 30. 2024

내가 사는 이유

우리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잘 쌓아주기 위함이다.

언제가 가만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가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싶었다.

갑자기 이런 심도 있는 고민을 하려니, 답도 모르겠고 또 답도 못 찾겠다.

그러다 이번에 아주 평범 하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상을 지내며 깨달았다.


나는! 나로 인해 이 세상에 나오게 된 내 아이들의 하루하루를 잘 쌓아주는 것이

바로  나의 가장 역할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네시 반이 되니 어김없이 겨울방학을 맞은 큰아들이 내게 전화가 왔다.

올해 2학년이 될 이 아이는 요즘 게임에 빠져 있다.

틈만 나면, 어떻게든 게임을 할 수 있는지 궁리를 한다.

"엄마, 나는 오늘 김준석이랑 게임해도 돼? "

나는 잠시 고민하다, 그래 방학인데 좀 시키면 어때하며 합리화를 한다.

"그래"

내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전화가 끊긴다.


다섯 시쯤에 퇴근을 했다.

우유가 떨어진 것을 기억하고는 마트에 들러 우유를 사고 집으로 귀가했다.

집에 도착하니 다섯 시 이십오 분이다.

오늘은 닭볶음탕과 홍합을 삶아 먹을 생각이었는데,

닭을 해동하는걸 깜빡 잊어 냉동실을 열어보니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다행히, 밥은 미리 해둔게 있어, 밥을 짓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다.)

부랴 부랴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을 하고 있는 동안, 한쪽에는 물을 끓여 홍합 삶을 준비를 한다.

또 한쪽에서 닭볶음탕에 넣을 야채 손질을 했다.


잘 삶아진 홍합을 꺼내어 두고,

그 사이에 해동된 토막닭을 꺼내 냄비에 넣고, 미리 만들어둔 양념을 넣고 조물 거린다.

손질된 야채를 넣고 불 위에 올렸다.

사실 양념이 베도록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렸어야 했는데, 시간이 없었다.

나는 집 옆 체육관에 다니는 우리 둘째를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녀온 동안 닭볶음탕이 잘 끓여지고 있을 테다.

다섯시 오십분이 되니, 집을 나섰다.  

둘째를 데리고 오니, 여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바글 바글 끊고 있는 닭볶음탕의 불을 조금 낮췄다.

한번 더 끓이는 중에 신랑의 현관 도어락 여는 소리가 들린다.

신랑이 씻는 동안 식탁에 밥을 차려두려고 애를 쓴다.

여섯시 삼심분 전에는 저녁식사를 해야, 신랑과 애들이 배고프다는 성화를 부리지 않을 것이다.


식탁 세팅이 끝날 쯤에 아이들이 홍합에 라면을 먹고 싶다 한다.

한 녀석은 신라면을 또 한녀석은 진라면을 먹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안된다고 할까 하다가, 아이들 반찬이 시원치 않아 고민하던 차에, 라면으로 떼우자 싶어

냄비 두개를 꺼내, 다른 종류의 라면을 끓여주었다.

그 와중에 계란을 꺼내 들고와, 꼭 넣어 달라 신신당부를 한다.

아이들이 신나게 먹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체력을 많이 썼다.


저녁을 다 먹자마자, 바로 설거지를 시작했다.

식기세척기가 있어 설거지가 편해지긴 했어도,

그래도 설거지가 귀찮고 성가신건 사실이다.

또 오늘은 특히나 냄비가 많이 나와 설거지 하기가 영 번거로운게 아니었다.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이들이 샤워 할 수 있도록 샤워하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ㅋㅋㅋ


아이들이 씻는 동안 어질러진 집을 좀 치우고,

빨래도 좀 개고, 빨래도 좀 하고, 청소기도 좀 돌린다.

빨리 씻어라, 닦아라, 입어라, 머리 말려라, 로션 발라라 등등의 잔소리를 차례대로 늘어뜨리고 나면

보송해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힌다.

학습지를 한다. 곧 학교에 들어갈 둘째는 한글 공부도 시켜야 한다.

그런 과정이 끝나고 나면 아홉시 삼십분이다.


나는 아직도 외출복이라는 걸 그제서야 알아챈다.

옷 갈아입을 새 없이 저녁을 준비하느라, 외출복 위에 앞치마를 두른게 내 저녁 일과의 시작이었다.

주섬 주섬 옷을 갈이 입고 난 뒤에,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애들 자기를 기다리다 나도 살짝 잠이 들었다.

한시간 정도 후에 깬다. 체력이 어느 정도 채워 졌다. 

다시 말똥 해진 나는 그제서야 샤워를 한다.

이렇게 나의 일과는 마무리 된다.

또 다음날 아침이 되면 뭘 먹이지 라는 고민부터 하며 하루를 시작 할것이다.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이렇게 매일이 같은 건강한 하루하루를 쌓아가며 내새끼를 잘 키워 내는것이 

나의 중요한 사명중에 하나 임에는 분명하다는 거!

내가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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