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옷깃들(가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뭔가요?'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샤브샤브'라고 외칠 것 같다. 대신 얼큰한 걸로.
그래서 처음 샤브샤브 뷔페라는 게 생겼을 때 신세계를 본 기분이었다. 초밥뷔페? 필요 없어요. 샤브샤브가 짱이니까.
아직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샤브샤브 뷔페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갔던 날이었다. 그리고 난 그 이후로 그 사람과는 다시는 거길 가지 않았고.
입구에서 먼저 결제를 하고, 자리를 안내받아서 들어갔고, 육수 냄비가 들어오자 그는
"우리 엄마도 샤브샤브 진짜 좋아하는데."
라는 말을 내뱉었다.
못할 말도 아니고, 이상한 말도 아니고, 먼 곳도 아니라 '그러면 다음에 어머님이랑도 오거나 가족끼리 와도 괜찮을 것 같다, 여기 가족끼리 온 사람들도 많네!'라고 답변했었는데
그 날 밥을 먹는 동안 최소 3번은 넘게 그는 엄마가 샤브샤브를 좋아한다거나, 엄마가 좋아하는데 나 혼자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어머님은 매우 건강하셨고, 그 날 밥값은 내가 결제하고 들어왔었는데.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했던 말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