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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Oct 28. 2023

내일모레 마흔 인 싱글입니다만...

연애에 관한 고찰

서른한 살에 결혼을 하겠다는 스무 살의 어리석은 다짐을 깨트린 지 딱 십 년이 되었다.


결혼을 목표로 남부끄럽지 않을 만큼 배우고 소비는 최소한으로 하며 악착같이 살면서 돈 모으는 20대를 보냈다. 서른 즈음 2년 정도 연애를 하고 결혼이라는 수순을 밟을 줄 알았던 연인과 처절하게 헤어지고 나의 인생은 새롭게 시작되었다. 나이를 기준으로 결혼을 결심했던 나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후회도 잠시, 너무 감사하게도 결혼자금으로 고이고이 모아두었던 목돈이 내 앞날을 활짝 열어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상상이상으로 넓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서로 바닥까지 보이며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고마울 지경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고 모험을 즐기는 떠돌이다.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웠고 가고 싶은 곳을 갔다. 긴 여행을 빙자한 해외생활도 했고 혼자 즐기는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물론 간간히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하기도 했다.


결혼은 목표나 목적이 아니라 내 인생을 채워가는 과정 중 하나임이 명확해졌다. 그래서 이성을 만나더라도 오히려 잔소리가 줄었고 인간 대 인간으로 하며 보다 안정감 있는 연애가 가능했다.


내일모레 마흔이라 불리는 지금, 여전히 혼자 지내면서 일하고 운동하고 보고 쉬고 먹고 사부작 거리는 것들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다. 편하다. 그리고 행복하다.

그런데 간혹 공허하거나 심심할 때가 있다. 맛있는 거나 좋은 거나 화가 나는 일 같은 소소한 나의 경험과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짓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일주일 이상 혼자 여행할 때면 내가 뭘 먹었는지 어떤 것을 봤는지 친한 친구나 가족들에 종종 공유했었다.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사실 연애를 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이 의미 없는 것들 투성이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고 배우는 시간들이 가장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과 어떤 상황일 때 어떤 느낌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나 혼자 있을 때 나타나지 않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한 발짝 더 나은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도 좋지만 연애는 하고 싶다.

Photo by Sookyong Lee

상대가 연애경험이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좀 있는 편이 더 낫다. 부딪히고 해결하기를 반복하면서 단단하지만 유연한 사람에 더욱 가까워졌을 테니 말이다.

꼭 나와 닮을 필요도 없다. 같은 줄 알았는데 조금이라도 차이를 확인하면 오히려 배신감까지 드는 극심한 역효과가 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설프게 이해하는 것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각자 자기 일 즐기고 열심히 하면서 그 시간을 서로 존중하고 또 함께할 때는 같이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세 가지 정도만 있으면 건강한 관계가 될 것이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그보다 더 많으면 더 좋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와 방향이 같다면 서로 으쌰으쌰 응원하면서 함께 오래오래 지낼 수 있다는 게 내 지론이다.



끼리끼리는 과학이랬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내가 먼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채워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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