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색 Oct 17. 2019

[단색일기] 05. 넌 평범한 마네킹이 아니야

물건에 대한 애정

*본 만화는 1%의 허구도 없이 사실로 구성되었음을 밝힙니다*

글 : 서 PR

그림 : 양 디자이너










사옥 이전을 앞두고 이사 준비가 한창이다.

아직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이라 대충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정도인데,

이거 버려요? 저거 버려요? 이런 얘기가 오갈때마다 단순이가 자꾸 눈에 밟힌다.


창단 멤버, 전신 마네킹 '단순이' 



단순이가 서있는 자리는 내 책상 바로 옆.

아침마다 떨어진 손목을 새로 달아주거나, 어깨 부분을 조정해주는 것이 일과다. 


사진 속 자세가 기본 포즈인데, 저 포즈가 아니면 손과 팔이 분리되어서 어쩔 수 없다.

(닥터 스트레*지냐고요)



단순이를 옆에 두고 새 사옥 2층에 들어설 쇼룸에 세울 새 마네킹을 검색하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 


단순이는 창단 당시 중고로 구입한, 중고라고 표현하기도 뭣한 아주 낡은 마네킹이다.

사실상 입사한지 얼마 안 된 나보다 훨씬 터줏대감인 것이다.



그냥 물건, 그냥 마네킹일 뿐인데...

이사 간다고, 새 마네킹 많이 살 거라고, 낡았다고 버리고 가긴 싫은 이 마음이 대체 뭘까?


너무 낡아서 쇼룸에 세워둘 수 없다는 건 안다. 사실상 마네킹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도.


하지만, 그냥, 그냥...

지금처럼 사무실 한켠에 계속 서있어주었으면 한다.



'단순함이 복잡함을 이긴다' 에서 따온 이름, 단순이. 

넌 평범한 마네킹이 아니야!

매거진의 이전글 [단색일기] 04. 바보들의 행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