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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색 Dec 27. 2021

단색, 주니어브라 개발일지 #2

4학년 딸 필수템, 자유브라 주니어

"딸인 제가 직접 찾아보고 엄마한테 링크 보내서 사달라고 했어요. 기존 속옷 매장에서 항상 불편하고 꽉 끼던 속옷만 입다가 단색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됬는데 후기도 좋고 입어보고 싶기도 하고 일단 먼저 하나만 사보고 편하면 또 사자 이랬거든요. 그런데 자유브라 입으니까 진짜 너어무 편해서 날아갈 거 같아요. 밑에 걸리는 것도 없고 위로 많이 올라가지도 않아서 너무 편해요, 잘 때도 입고 자는데 안 입은 거 같아서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아요. 흰옷을 입어도 하나도 티가 안 나고 너무 좋아요. 가슴을 감싸줘서 되게 편하고 안 입은 거 같구 그래요!! 입고 있어도 그리 덥지도 않고 땀 흡수도 잘되요. 입어보면 다른 브라들하고 퀄리티가 달라요! 너무 편해서 두 개 더 재구매했어요!! 엄마!! 나 이제 인생브라 찾았어!! 너무 고마워! 기존에 있던 브라들은 이젠 꼴도 보기 싫을 정도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단색 자유브라 하이틴한테도 무한한 감사의 말을 드립니당 :)"



애들은 거짓말 안 한다니깐

자유브라 주니어 후기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순간들이 있다.


첫째는 딸이 직접 찾아봤다거나 구매했다는 리뷰다. 10대 청소년 대상으로 광고를 하기도 하지만, 객단가가 높은 편이다 보니 아무래도 3040 부모를 타겟으로 광고를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런데도 어떻게 알았는지 딸이 먼저 단색을 알아봤다는 후기를 볼 때면 기특하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하다. 실 착용자의 후기는 제품 리뉴얼에도 큰 도움이 되어 더욱 고맙다.


둘째는 부모님들이 아이의 브라 착용샷을 포토후기로 남겨주는 경우다. 단색은 처음 주니어 라인을 기획할 때부터 아동 모델의 노출샷에 대해서 깊게 고민을 했다. 기성 주니어속옷 업체들은 아동이 브라만 입고 있는 사진을 상세페이지와 광고에 사용한다. 그러나 단색 내부 구성원은 모두 주니어 모델의 노출 사진 사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입을 모았다.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건 단번에 눈에 띄는 자극적인 모습이 아니라 정말 아이가 편함을 느끼는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걱정을 놓을 수는 없었다.


"모델 노출 샷이 없어도 원활한 사이즈 선택이 가능할까?"

"마네킹샷, 상세샷만으로 착용감을 전달할 수 있을까?"


SNS 반응을 보면 노출샷 없이도 아이들에게 편한 일상을 선물하고 싶다는 진심이 통한 것 같다.


그런데 주니어브라 출시 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다.


부모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들의 착용샷을 올려준 것이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까지 밝히면서 다른 고객들에게 사이즈 추천까지 해주었다. 다들 아이의 노출을 꺼려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이의 신체 정보를 알려주며 서로 사이즈 선택에 도움을 주는 선순환이 일어났다. 단색의 진심과 고객의 선한 마음이 시너지를 일으킨 감사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지름길 VS 도박

2020년 1월 단색 자유브라 주니어 출시 당시, 사전 설문조사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초도 5천장을 준비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5천장을 소진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 내부 분석으로는 기존 시장가에 비해 1만 원 이상 비싼 가격에 대해 고객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 점이 패인이었다.


이때부터 의사결정의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격을 최대한 낮춰 '가성비템'이 되는 것과 평균 가격보다 높아지더라도 우수한 품질을 유지해 주니어속옷 계의 '명품'이 되는 것. 이 둘 중에 어떤 길로 가야하는 걸까..


직원들 대부분 섣부르게 원가를 절감해 가격 인하를 단행하지 말고 먼저 고객의 구매경험을 상세하게 분석해보자는 의견을 냈다. 매일 아침 후기를 확인하고 50명씩 총 3번의 고객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총 1만 5천 장의 주니어브라를 판매하면서 고객 평점 5점 만점에 4.8점을 달성했다. 가끔 사이즈 미스로 교환을 요청하며 별 3개를 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후기 내용도 하나같이 '신세계다', '아이가 너무 편해한다'는 내용이었다.


일희일비 안 해야지 하면서도 '너무 좋다'는 리뷰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다 ㅎㅎ


아무리 봐도 제품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건 2가지.


가격 낮추기와 마케팅 늘리기.


2020년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를 주로 이용했다. 페이스북 광고의 CPC가 다른 광고 구좌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통계자료도 페이스북에 주력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월 100만 원 선에서 그렇게 폭발적이지도 그렇게 미약하지도 않게 광고를 진행했다.


가격을 무리하게 낮춰서 영업이익에 손해를 보더라도 재고비용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마케팅 비용을 늘려서 매출도 늘리는 도박을 해볼 것인가


결론은 후자였다. 

솔직히 말해서 후기가 안 좋았다면 그런 도전은 못했을 것 같은데

고객들이 모두 단색 주니어브라에 만족하지 않는가.


그래서 네이버, 구글, 카카오, 페이스북까지.

대기업이 한다는 4대 매체 광고에 모두 돈을 쓰기 시작했다.


가장 성과가 좋았던 네이버 성과형 디스플레이광고 소재



주니어브라를 이긴 단색 '자유브라 주니어'

2021년 2월,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에 50만 원 안팎이던 주니어브라 매출이 100만 원, 200만 원을 넘더니 갑자기 300만 원까지 올라섰다. 새롭게 광고를 한 것도 아니고 어디서 단색 주니어브라가 너무 좋다고 홍보를 해준 것도 아니었다. 


상승세는 3월, 4월 계속 이어지더니 5월에는 급기야 기존 매출의 10배를 넘어 100배까지 뛰었다.


'아, 우리 이제 되는가보다.'


매출이 늘어나니 곳간도 두둑해져서, 한 달에 천만원 정도 쓰던 광고비용을 1억, 2억까지 높일 수 있었다. 광고 노출이 늘어나니 신규 고객들이 더 찾아오고 매출은 더 늘어나고, 그야말로 상승 궤도에 올라선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후기와 검색 데이터를 보면서 예상 못했던 대박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학기여름.


검색량이 거의 없다가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주니어브라' 검색량의 3배를 넘어선 6월의 '자유브라 주니어' (출처: 키워드사운드)


아이들이 2차 성징을 맞아 가슴 통증이 시작되어도 옷이 두꺼운 겨울에는 브라 착용의 필요성을 못 느끼다가 3월 새학기를 앞두고 '친구들이 가슴 커진 걸 알아보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을 하는 것이었다.

자유브라 주니어를 라이크라와 아쿠아-X 소재로 제작했는데, 통기성이 좋은 소재다보니 여름에 각광을 받은 것이었다.


고객조사를 통해 단색 주니어브라가 전래동화처럼 입에서 입으로 퍼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어떻게든 좋은 건 다들 알아봐주는 거였어ㅠㅠ


그때부터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 지 달력이 눈에 그려지듯했다.


여름에는 통기성 좋은 주니어브라를,

겨울에는 보온성 좋은 주니어브라탑을 만들자!


자유브라 주니어가 1단계 브라이니 2~3단계 하이틴브라도 만들고,

피부가 예민한 아이를 위해 친환경 텐셀 소재로도 만들어보자!



그렇게 라인을 확장한 결과,

부모 고객들 사이에서 '주니어속옷은 단색'이라는 영광스러운 별명까지 얻을 수 있었다.


또 하나 뿌듯한 건 그동안 검색광고를 진행하면서 '단색브라', '단색팬티'라는 키워드를 사용할 수 없었는데,

많은 고객들이 찾아주신 덕분에 이제 당당하게 '단색OO' 키워드로 브랜드 검색 광고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도 아이들이 어떤 순간에 불편함을 느낄까,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편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아이들이 '브라는 불편해'라는 말을 할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PunDM8V1khc&t=22s

지금까지의 단색 생리팬티 & 주니어브라 개발일지를 담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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