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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색 Jul 20. 2022

단색 아이템 개발일지

단색 속옷에 찰떡, 아이템 탐험기

★★★★☆

손빨래를 매번 하기 어려우니 건조기를 한번 감행해봤는데요^^ 

안 하는 게 좋겠네요.. 보풀이 일어나고 접착 부분이 떨어지는 면이 있네요. 패드는 세탁할 때마다 다시 모양을 잡아줘야 하네요. 


★★★★★

물 빠짐도 없고 잘 늘어나지도 않고

보풀도 안 생겨서 좋아요

편해서 이것만 입게 돼요


여섯 번째 주문입니다

다 좋은데 세탁기 돌리면 

보풀이 살짝 일어나니 참고하세요


첫마디가 ‘엄마 이거 완전 편하네요’

앞으로 이것만 입겠다고 해요

편하게 세탁기 돌려 건조시켜 봤는데 

틀어지지 않고 괜찮았습니다.

성인용 주문하러 갑니다ㅎ



주니어브라 후기를 살펴보던 어느 날, 누구는 세탁하니 망가졌다고 혹평하고 누구는 세탁해도 멀쩡하다고 칭찬하는 이상한 상황을 발견했다. 


단색 직원들 모두 자유브라를 애용하고 있어서 물어보니, 보풀이 심하진 않고 1년 정도 쓰면 생기긴 한다는 평이 돌아왔다. 세탁기 돌릴 때마다 브라 패드를 넣었다 빼는 게 귀찮기는 하지만, 이 부분은 다른 심리스 브라도 마찬가지라서 문제점으로 느끼지 못했다.


보풀이 생겼다며 속상해하시던 고객님들께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밖에 못 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세탁망을 더 빨리 만들어서 손에 쥐어 드렸을 텐데ㅠㅠ


그런데 상반되는 후기를 읽고 있자니, 세탁할 때 조금만 신경 써주면 몇 년 동안 입어도 보풀이 안 생기고 빨래할 때 패드 빼고 다시 넣는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방법으로 관리하면 되는 걸까?

그 실마리도 후기에서 얻을 수 있었다:)



망… 망…? 유레카, 세탁망…!


주니어 브라 쓰다 아이가 성장해서

하이틴으로 넘어왔어요. 주니어는

에 안 넣고 막 써서 보풀이 좀 생겼는데

이번엔 신경 써서 세탁하려고요


후기를 쭉 정리해보니 세탁망을 쓴 고객님들은 만족하고, 세탁망을 쓰지 않은 고객님들은 보풀&패드와의 전쟁을 겪고 있었다. 세탁망도 단순히 다x소에서 파는 세탁망으로는 안 되는 거였어요ㅠㅠ  찾아보니 ‘속옷 세탁망'이 따로 있었다.


예전에 후크 있고, 끈 있는 브라를 입을 때는 저도 무조건 세탁망에 넣어서 빨래했다. 이런 브라들은 일반 옷과 함께 세탁하면 옷감끼리 뒤엉켜서 후크나 끈 조절 부분이 망가지기 때문에. 어깨끈이 후드티 팔 부분에 걸리면 해체하는 데만 한 세월이기도 하고..


세탁망 없어 혼란했던 날들이여, 안녕..!


심리스 브라인 자유브라로 갈아탄 후에는 후크도 없고 끈 조절 클립도 없어서 세탁망 없이 빨래했는데, 이제 보니 심리스 브라도 세탁망이 필요했다. 그래서 CX(고객센터) 팀에 ‘앞으로 보풀 또는 패드 관련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세탁망 활용을 권장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 모습을 보고 한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세탁망, 단색에서 파는 건 어때요? 우리 제품에 딱 맞는 망으로 제작하면, 고객들이 그래서 어떤 세탁망을 써야 하는 건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우리도 명쾌한 답을 줄 수 있으니 서로 좋잖아요!”



망, 망, 무슨 망 쟁반같이 둥근 망


속옷 전용 세탁망을 알아보니 크게 삼각형(반구형), 브라형, 원통형 이렇게 세 가지가 있었다. 이 중 삼각형은 부피가 작아 브라 1개가 최대 용량이어서 탈락❌ 브라를 그대로 얹은 듯한 브라형은 와이어 캡이 없는 자유브라에는 불필요하고 컴포트에어 세탁에는 불편해서 탈락❌❌

왼쪽부터 시중에 판매 중인 삼각형(반구형), 브라형, 원통형이다.


남은 건 원통형이었는데, 이것도 내장 브라켓이 없이 모양만 원통이어서는 시중 세탁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지점에서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브라켓 있는 건 원가가 너무 높아요. 하더라도 위에만 있는 게 낫겠어요.”

VS

“그래도 이제 ‘단색’ 하면 안심, 든든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위아래는 물론 양옆에도 브라켓이 있어서 열 번 세탁해도 처음 그대로 입게 해드리고 싶어요.


늘 하는 고민 아닌가? 품질과 원가 사이의 줄다리기 ㅎㅎ 항상 그랬듯 이번에도 단색은 가격이 아닌, 품질을 택했다. 제대로 만들고 나서 ‘역시 가격을 낮춰야 하는구나.’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제대로 만들지도 않고 고객 탓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내장 브라켓을 위아래로도 모자라서 양옆 사방으로 세운 샘플로 직원들에게 직접 테스트를 요청했다. 얼마든지 써봐도 되니 정말 이렇게 하면 처음 샀을 때와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다양하게 세탁해달라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원형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물론, 세탁망 안에 있어도 얼룩과 오염이 잘 제거되었다. 지퍼가 열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이 부분도 기우였다. 단색의 브랜드 컬러인 코랄로 포인트를 주니 예쁘고 귀엽기까지 했다bb


제품 출시 후, 3일 만에 200개가 팔리면서 우리의 고민이 값진 시간이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90% 고객님들이 브라류를 구매하시면서 추가상품으로 택하시는 걸 보고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든 게 맞구나’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동시에 상품 기획에 대한 시야도 넓어졌다. 사실 그동안 직원들과 매주 브랜딩 회의를 하면서, ‘단색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답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어느 날은 단색이 ‘여성용품’ 회사 같고, 어느 날은 단색이 ‘여성속옷’ 회사 같아서..


생리팬티로 사업을 시작해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브라도 팔고, 일반 팬티도 팔고, 세제도 파는 혼종이 된 기분이 종종 들었다. 그런데 세탁망이 호평받는 걸 보면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단색의 비전인 ‘여성이 쉽게 건강해지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단색은 그게 무엇이든 제대로 만들어 보자고. 대신 가격에 타협해서 품질을 버리지는 말자고. 


그래서 단색의 다음 아이템이 뭐냐고요?

그건 단색 고객님들 손에 달려있습니다.


평소 일상 중 불편했던 제품이 있다면 

그게 뭐든 댓글로 남겨주세요.


단색 제품과 연관된다면 더 빠르게 만들어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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