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거의 프로포즈 이므로 결혼 결정되면 올리겠습니다.
난 결혼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흔히 친구들 모임에서 하는
'누가 제일 먼저 결혼할 거 같아?' 에서도
항상 마지막 가리킴을 당했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에 연애를 해도
누군가와 함께 할 미래보단
이별을 먼저 생각하곤 했었다.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니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고
나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이성을 만나면서
결혼이란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혼이 하고 싶어지더라.
사실 결혼이란 말을 들으면
행복한 상상부터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상상하는 결혼은 이런 것이다.
제주도 애월에 집을 짓고
마당엔 큰 개를 키운다.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엔
내가 사랑하는 이와 둘이 앉아
꽁냥꽁냥 할 수 있는 푹신한 소파가 있고
매일 저녁 일을 하고 들어오면
남편이 고생했다며 토닥토닥
잠이 안 오는 날이면 함께 맥주를 마시며
새벽 내내 수다를 떨다
일상을 마무리할 것이다.
아- 얼마나 행복한 상상인가,
하지만 이런 상상도 잠깐이었다.
제주도 집 값이 얼만데,
큰 개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어?,
남향집이 얼마나 비싼데,
제주도에서 무슨 일을 하려고?... 등
'현실'이 끼어들면 행복한 상상은
더 이상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주변에서 주워들은
결혼 데이터를 쌓다 보니
결혼은 행복한 것만은 아닌 란 걸
더 잘 알고 있다.
어찌 보면 현실적인 결혼이란
책임감이 강해지고 안정감을 준다는 게
회사와 비슷한 거 아닐까?
소개팅은 손에 땀을 쥐는 면접 같고
연애는 의욕은 넘치지만
처음이라 적응할게 많은 인턴 같고
결혼은 회사에서 쉽사리 그만둘 수 없는
어떠한 소속감.
어쩌면 그것보다 더 강한
울타리가 생기는 거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편이란,
친근하게 공감대를 쌓을 수 있는 동료,
나의 말을 잘 들어주는 부사수,
카리스마 있게 리드하는 상사가
동시에 생기는 게 아닐까 (너무 좋게 말했나..)
항상 이렇게 행복과 두려움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지만,
어찌 되었든 결혼이 하고 싶다.
회사가 힘들 때가 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거뜬히 이겨낼 수 있고
결혼도 남들이 말한 것처럼
호락호락해 보이진 않지만
함께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그와 함께이고 싶다.
p.s 2020년 4월 18일 토 프로포즈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