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gory Porter - Insanity (ft. Lalah Hathaway)
꽈광, 쨍그랑 퍽.. 쿵
굉음이 나고 사람들은 1초 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전쟁인가? 총인가? 여기가 북한 턱 밑 파주라고 탱크가 밀고 내려온 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건물이 무너질까? 어디로 도망가야 할까? 공산당이 좋다고 말하면 살 수 있나?
뒤를 돌았을 때 마주한 사실은 북한군도, 총도, 탱크도 아닌 내가 타고 온 하얀 아반떼의 뒤꽁무니였다. 그니까 나랑 같이 온 저 여자가 후진으로 통유리 가게를 들이받아버린 거다. 다행히 1층 손님들은 가게 안쪽에서 주문하려 줄을 서있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가게의 전면 유리가 모두 박살 나고, 기둥이 쓰러지고, 테이블과 의자들이 깔리고 씹혀있었다.
저 미친년이 언젠가 사고 낼 줄 알았다. 그러게 운전도 잘 못하면서 왜 차를 갖고 나오는 거야?
나이가 지긋한 사장님께서 심장마비로 쓰러지실까 순간 걱정했지만, 사장님께선 아반떼 난장판이 만들어졌음에도 커피를 끝까지 만드시고 나에게 건네주셨다. 그리고는 바로 저 여자를 차에서 꺼내 주려 빗자루를 들고 달려가셨다. 저 미친년은 유리창을 들이박고 기둥과 씹힌 의자 사이에 껴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너무 놀라 구경을 하다 빠져나오지 못하는 저 여자를 도우러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설마 죽기야 했겠어? 지가 사람을 죽였으면 죽였겠구먼.
카페 사장의 아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일행이세요? 네..? 일행..? 아, 네.. 일행.. 네..
큰일 났다. 사람들이 더 모이고 저 여자와 나의 관계에 대해 더 묻기 전에 나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 저 여자가 미쳤다고 남편한테 전화하진 않겠지? 사장 아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제부턴 정말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한다. 나는 저 개미친 아반떼랑은 하등 상관없는 사람이라고요! 하, 내 인생!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젠장! 점쟁이가 올해 사주가 별로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 건가?
저 여자가 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차에서 빠져나왔다. 왜 날 보는 거야? 보지 마 미친년아.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 내 의사를 전달했다. 사건 현장을 본 저 여자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차 주변을 빙빙 돌기만 했다. 여자가 빠져나오고 사장 아들이 사람들을 진정시키자 몰려있던 사람들은 하나 둘 사건 현장을 뜨기 시작했다. 경찰이 오려면 얼마나 걸리려나? 여기는 꽤나 높은 언덕에 있는 카페이니... 한 5분은 걸리겠지?
나는 뒷좌석 문을 열고 저 여자가 나에게 사준 물건들을 조용히 꺼냈다. 나이키 쇼핑백은 왜 이렇게도 화려하게 만들었는지 젠장. 사람들의 눈길을 끌진 않을지 걱정이다. 경찰이 오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경찰이 오면 백 프로 나에게 무슨 관계냐고 물을 거야.
나는 행인인 척 자연스럽게 가게 왼편 골목으로 들어가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행여나 눈길을 더 끌지는 않게 한참을 내려가 뒷골목 가게 주차장으로 호출을 했다.
'미안해, 여기 수습하고 연락할게'
그 여자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 개념 없는 여자가 왜 대체 문자를 보내는 거야, 이 시점에. 나는 누가 볼까 무서워 빠르게 모든 연락처를 차단했다. 너무 수상해 보이잖아? 하. 이게 마지막 만남일 줄 알았으면 좀 더 비싼 거 더 뜯어낼 걸, 나이키 운동복에 발렌시아가 지갑이라니. 저렴하다 저렴해.
택시를 기다리며 사건 현장을 멀찍이 바라보니 경찰이 온 듯싶다. 경찰 나으리들, 저는 무고합니다요. 이 죄 없는 로맨스 속 불쌍한 남자는 영영 찾지 말길 바랍니다요.
Nov. 1st of 2021
이 이야기는 실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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