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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Emilia Moment May 28. 2024

나라는 칼날을 날카롭게 벼린다

깊은 삶을 위한 마흔의 단어들 #3



벼리다

1.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
2. 마음이나 의지를 가다듬고 단련하여 강하게 하다.

(표준국어대사전)




무디어진 칼날


한가할 때라도 긴장하는 마음을 가지고,
바쁠 때라도 멋을 가진다.
- 「채근담」 전집 제8칙


한가할 땐 그저 마음 편히 푹 쉬고 싶은 게 바람인데 긴장하는 마음을 가지라니. 게다가 바쁠 땐 도리어 한가로운 멋을 가지라고? 그게 가능할까?


나란 칼날이 무뎌지지 않도록 한가하든 바쁘든, 긴장감을 늦추지도 그렇다고 너무 바짝 긴장하지도 말고, 그저 꾸준히 잘 벼려두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그러나 실상은 일상에 치여 칼날을 벼리기는 커녕 칼집을 어디에 둔지도 잊은지 오래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정신이 번쩍들어 허둥지둥 찾아보면 이빠지고 무뎌진 칼날에 망연자실하게 된다. 그동안 무얼하느라 이렇게 되버린까 자책하고,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늦은거 같아 절망스럽다. 그렇게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면 일상은 더욱 무력해지고, 무뎌진 칼날은 영영 되돌릴 수 없을 것만 같다.






매일 조금씩
매일 꾸준히


자고 일어나니 성공했더라는 신데렐라 같은 성공 스토리는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성공한 이들은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던 이들이다. 한가하든 분주하든 그저 자신의 보폭과 호흡으로 매일 조금씩, 매일 꾸준히 나아갈 뿐이다. 목표가 있기에 삶의 어느 때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 있고, 또 그렇기에 그 어느 때고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세계적인 전위 미술가 홍신자는 27이라는 늦은 나이에 무용에 입문해 8년 가까운 시간을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참고 견디며 몸을 만들고 연습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세상에 자신을 드러냈을 때 그녀는 큰 주목을 받으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다. 그때의 순간을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그날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녀가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리 없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존재였을 것이다. 그야말로 '스타 탄생'이다.


그러나 그녀의 성공은 그녀 스스로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였다. 노력의 끝에 자신이 어떤 모습이 될지, 그 끝에 어떠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순간에도 매일매일 자신이란 칼을 벼르며 용감하게 나아간 덕분이다.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물론 누구나 8년의 노력을 기울인다고 그녀처럼 대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운이라는 것도 노력하고 도전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노력의 여정에서 거머쥘 수 있는 것이기에 그 또한 자신이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겠나.

그녀의 삶을 보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걱정에서 자유로울 방법을 찾았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사는 방법, 목표의 끝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은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그저 매일매일 목표를 향해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다.




.

나란 칼날을
날카롭게 벼린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고, 그 누구도 장담해 줄 수 없지만, 언젠가 찾아올 나의 '때'를 위해 매일매일 나라는 칼을 날카롭게 벼린다. 누가 보든 안 보든, 남들이 알아주든 아니든, 결과가 보이든 여전히 뿌옇든, 내가 목표하고 또 원하는 그 지점을 향해 계속해서 나라는 칼을 벼리며, 늘 준비된 상태로, 언제든 칼집에서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을 빼내어 휘두를 수 있도록 준비하며 오늘 하루는 보내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오늘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 내가 나로서 존재하고 나로서 살아갈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니 고단한 삶에서, 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외부의 상황과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잠식되지도 않고, 나로서 존재하면 나로서 살아갈 방법은 그저 매일 꾸준히, 매일 조금씩, 목표를 향해, 실행 계획 속에서 나만의 페이스대로 나란 칼을 벼리고 나의 때를 준비하는 것이리다.

어느 날엔가 (다른 이들의 노력의 시간에는 무관심한)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날카롭게 벼려진 나의 칼을 멋지게 휘두를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나는 나라는 칼날을 날카롭게 벼린다.



*  본 글은 저의 저서 [마흔의 시간]의 부록 [깊은 삶을 위한 마흔의 단어들]에 실린 내용을 기반으로 사진과 함께 확장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깊은삶을위한마흔의단어들 #벼리다

#마흔의고민 #마흔의방황 #마흔의성장
#나이답게말고나답게살자
#마흔의시간 #이수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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