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4
고요의 바다를 어제 정주행했다. 개봉하고 나서 한달이 지났는데 D.P, 지옥, 오징어게임 등과는 SNS 분위기가 사뭇 달라서 어떨까 싶었다.
어제 절반 정도 보고 식당에 갔는데 옆자리에 앉은 두 분의 대화가 들렸다. 요즘 보는 넷플릭스 드라마 얘기가 한창이었다. 에밀리인파리가 너무 재밌었다는 말에 ‘맞아맞아 나도 재밌게 봤어’, 솔로지옥 봤냐는 말에 ‘안 봤는데… 재밌나? 그래도 안 볼 것 같아’ 혼자 맞장구를 치며 밥을 먹고 있는데 고요의 바다가 등장했다. 한 명은 그냥 그랬다고 했도, 한 명은 공유를 좋아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공유여도 끝까지 보기엔 넘 지루했다며 중도하차를 고백했다. 공유에 대한 미안함에 나한테까제 전해지더라.
와 사람들의 생각, 취향은 이렇게 다 다를 수 있구나 싶다. 나는 빨리 밥 먹고 들어가서 마저 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터였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얘길 들었는데 절반을 봤을 때도, 다 보고 난 뒤에도 고요의 바다, 나는 ‘호’다. 발해기지 내부의 그 침침한 조명도, 음악도,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도를 높여줬다.
인류를 해치는건 좀비나 괴생명체가 아닌 탐욕스런 인간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인류를 내가, 우리가 구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행위를 일삼는 인간들(고요의바다), 저들만 살겠다고 다 버리고 탈출하는 인간들(돈룩업), 생체실험의 섬으로 사람들을 밀어넣은 인간들(올드)을 계속해서 보게 된다. 이게 우리의 현실인거다.
‘우리가 싸우고 저항하는 과정은 그 싸움과 저항을 통해 획득하고자하는 사회의 모습을 닮아야 한다’는 나오미울프의 말을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누가 그렇게 살고 있는가. 우린 그런 사람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