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hael Soyer
Raphael Soyer는 공황기 뉴욕의 도시 거주자의 삶과 그 내면을 그려내었다. 이 작품에서는 그가 살던 유니온스퀘어 근처에서 마주칠 법한 여성 노동자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남성들조차 실업에 시달릴 때에 ‘오피스걸’이란 지위는 당시 여성으로서는 선구자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은 사무직이거나 비서직의 업무를 주로 맡았을 테고, 현실적으로는 일터에서조차 고단한 돌봄의 역할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소이어는 그런 여성의 모습을 다면적으로 꿰뚫어 보는 것 같다. 군중의 무리 가운데에 서서 캔버스 밖을 바라보는 여성은 지쳤지만 꿋꿋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녀의 시선은 캔버스를 뚫고 나오는 것 같고, 가슴팍에 단 핑크빛 브로치(혹은 꽃다발)와 서류가방의 조화가 삭막한 풍경에 화사한 방점을 찍는다.
소이어(1899~1987)는 20세기 초중반 활동한 미국 화가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브롱크스로 이주했던 1912년 바로 그다음 해에는 아모리쇼가 개최되었다. 아모리쇼는 20세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전위적인 작품이 소개된 미국 최초로 열린 국제 현대미술전이었다. 미국의 현대미술은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입기 시작했다.
아방가르드와 추상 양식이 주류 미술계를 지배할 때에 이에 반기를 든 애시캔파(Ashcan School)라는 작가그룹이 있었다. 그들은 어두운 색감과 사회비판적인 태도의 그림을 그렸으며 구상 표현을 고집했다. 주로 뉴욕 뒷골목의 모습과 인물들을 묘사했는데, 내밀한 심리묘사보다는 변화무쌍한 도시의 표면적인 정경을 그려내는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소이어는 애시캔파 번성 이후 세대이다. 그는 도시 노동계급을 낭만화한 듯한 애시캔파의 시선에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가 개인의 모습, 생활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그의 작품은 양식적으로는 미국 장면 회화(American Scene Painting)에 속한다고 하는데, 이는 1920년대 중반에 시작되어서 1930년대까지 미국적인 삶을 자연주의적으로 묘사한 일련의 화풍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미국 장면 회화는 American Regionalism과 Social Realism을 포괄하고 있다. American Regionalism 작가들은 미국의 중소도시, 읍면? 등에 속하는 작은 마을 등을 그렸으며, Social Realism에 속하는 작가군은 도시 풍경을 그리며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묘사한 풍경에 따라 나뉘는 특징이 있다.
미국 장면 회화는 조직화된 운동은 아니었으며, 당시의 모더니즘이라는 주류에 익숙하지 않은, 혹은 벗어나려고 시도한 일련의 경향 중 하나였다. 어느 정도의 내셔널리즘과 낭만주의를 품고 있는, 시대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올라타서 안착하지 못한 이들의 감성이 작가 자신의 정체성으로도, 그들이 묘사한 인물들에게서도 풍기고 있다. 물러서지 않으려고 하다가 한발 후퇴한 투박함이 뭔가 추울 때 꺼내 입는 울코트 같다.
코트 사고 싶다...